가치 부여의 중요성
지면이라는 것을 방패 삼아 고백 하나를 하려고 한다.
사실, 내 배꼽은 매우 못생겼다.
이 왠 뜬금없는 고백이냐고?
그리고 이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고?
배꼽이 못생겼다는 사실은 신나게 목욕탕을 갈 수 있는 자유와 짧은 길이의 상의를 입을 자유를 동시에 앗아갔다.
그래서 첫 아이가 생겼을 때 예쁜 배꼽을 주고 싶어 무던히 애를 썼더랬다.
드라마 속 출생의 비밀이라도 되는 것 마냥 오래도록 내 배꼽의 존재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그런 내가 갑자기 배꼽을 고백하게 된 것은, 이 배꼽조차 나의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간 배꼽 얘기를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올라플의 이야기를 쓰면서, 문득 나의 배꼽도 똑같은 것이라 여겨졌다.
나의 배꼽이 못생겨진 까닭은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있었다.
아버지는 첫 아이인 나의 탯줄을 매우 서툰 솜씨로 자르셨다.
아버지의 사랑을 한껏 입은 나의 배꼽은 서툰 아버지의 손길 그대로 아물어버렸고, 나는 그 배꼽을 장착한 채로 이 나이까지 살고 있다.
나의 못생긴 배꼽 이야기를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하셨는가.
아마 대부분 '뭐 그 정도로?'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바로 그거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가장 약하다는 부분, 그 부분 역시 남들에게는 '그 정도'다.
나에게만 대단하고 심각한 문제일 뿐, 다른 이들에게는 그냥 괜찮은 정도의 문제다.
약점은 나에게는 약점이지만, 남들에게는 그저 그런 일일 뿐이다.
나를 이루는 모든 육신과 영혼, 시간과 경험 중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못생긴 배꼽마저 이 글을 위한 소재로 사용되고 있으니, 세상에는 진정 필요 없는 것이란 없다는 말이 맞다.
당신에게 나의 배꼽같이 여린 부분이 있는가?
그곳을 당신은 어떻게 무기로 사용해 보겠는가?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오늘부터 고민해 보자.
나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나의 온전함을 인정하고, 나의 특별함을 인정하고, 나의 고유함을 인정하고, 나의 살아있음을 인정합니다.
- 〈살아있는 것도 나눔이다〉의 저자 전성실 선생님의 페이스북 피드 중
내가 매우 존경하는 활동가이자 작가이신 전성실 선생님의 페이스북 피드 중 하나다.
우리는 흔히 가치라는 것이 다른 사람의 인정 또는 사회적 평가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것이 아주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모든 사람의 가치는 살아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생명을 지닌 그 순간부터 이미 모든 사람은 고유의 가치와 빛깔을 가지고 있다.
타인이나 사회는 우리가 지닌 빛깔이 얼마나 그들이 속한 집단에 필요한 것인가를 판단할 뿐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매겨진 잣대일 뿐, 결코 절대적일 수 없다.
다시 한번 나의 배꼽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면, 한 때 부끄러운 것으로만 치부되었던 그것은 지금 내게 있어서 아버지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증거가 되고 있다.
배꼽은 변한 게 하나도 없는 데 말이다.
우리들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들의 가치 역시, 스스로 먼저 알아주고 인정해 줄 때 타인이나 사회와의 조율도 가능하다.
특히 여러 가지 능력을 가지고 종횡무진하는 올라플은 더더욱 자신을 인정해 주고 도닥여 줄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한다면, 심각한 번아웃이나 무기력감에 시달리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 그리고 올라운드 플레이어까지.
모두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우리들은 누구 하나 빼놓지 않고 쓸모가 있다.
쓸모 [쓸모]
[명사] 1. 쓸 만한 가치. 2. 쓰이게 될 분야나 부분.
스페셜리스트는 매우 뚜렷한 색깔로 인해 그 쓸모가 확실하고 고정되어 있으나, 제너럴리스트나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그 쓸모가 두리뭉실하고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모든 사람은 쓸모가 있고 나의 쓸모를 어디에 둘 것인가는 결국 나의 의사에 기인해야 한다.
내게 고민을 털어놓는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권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무기를 2~3가지로 정리해 보라는 것이다.
올라운드 플레이어도 자신이 특히나 잘하는 무기 몇 가지가 있다.
이를 무기다운 무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발견하는 것이 첫 번째, 그리고 그것을 잘 다듬어 장착하는 것이 두 번째다.
발견하는 방법은 매우 단순하다.
하얀 종이를 펼쳐두고 그간 걸어왔던 커리어를 왼쪽 편에 가지런히 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해왔던 일들을 가감 없이 쭉 적어 내려 가면 된다.
다 적었다면, 이를 해내기 위해 활용했던 역량을 오른쪽에 쓴다.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제안 기획 -------> 논리력, 의사전달력, 표현력, 협상력, 호감 가는 외모, 차분하고 전달력 높은 목소리
일을 하기 위해 발휘했던 능력을 기재해 보는 것이다. 솔직하고 디테일하게.
그럼 그간 매우 다양한 역량을 활용했지만 그중에서도 몇 가지는 여러 차례 중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이 당신의 핵심 역량이다.
당신의 커리어가 해당 역량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무기가 눈에 들어왔다면, 그 무기를 조합하여 최상의 무기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논리적이고 호감 가는 외모를 지녔다면, 자신의 생각을 영상을 통해 세상에 전달할 수 있다.
차분하고 전달력 높은 목소리와 표현력이 뛰어나다면, 오디오 콘텐츠를 통해 책을 읽어주거나 팟캐스트를 운영해 볼 수도 있다.
앞서 얘기했지만, 무기는 측정 가능한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어떤 자격증으로, 어떤 직무의 오랜 경력으로 대변할 수 있는 것들 뿐만 아니라, 당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뻔했던 프로세스가 곧 무기일 수 있다.
일잘러들이 흔히 하는 말, '이건 당연한 거 아니야?' 하는 바로 그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것이 당신의 무기일 수 있다.
업무가 목표한 것을 이룩할 수 있도록 순서대로 잘 정돈하는 것, 머뭇거리지 않고 폭발적으로 추진하는 것 등 당신 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해내던 것들이 곧 당신의 숨겨진 역량일 수 있다.
따라서, 당신의 무기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잘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진짜 당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위해서는 말이다.
많은 올라플은 현장 안에서 좌절한다.
소모되고 끝나버렸다는 생각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힘들었고, 슬펐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런 사실이나 생각이 내가 필요 없다는 방증은 아니었다.
가치가 없다는 뜻도 아니고, 스페셜리스트에 비해 부족하다는 의미도 아니었다.
그저 나는 내가 필요했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것뿐이다.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을 때, 우리들 안에 있는 역량들은 반짝거린다.
그리고 그 무기들은 얼마든지 우리들의 손에 의해 의미 있는 것으로 탈바꿈한다.
그게 무엇이건 말이다.
그러니, 반복되는 일상, 소모되는 매일에 지쳐있었다면, 자신의 어깨 한 번 툭툭 두드려주며 말하자.
"제법인데!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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