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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만큼만 사세요?

"GDP 5% 써라" 트럼프의 방위비 압박..미국 방산업체 맑음?

by 토미 M Jan 26. 2025

"유럽 연합은 불확실한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무장해야 한다."


"유럽은 스스로 방어하기 시작해야 하며, 따라서 유럽 자금 European money을 방위에 투자해야 한다"


국방비 늘리기에 참 인색한 유럽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 발언은 도널드 투스트 (Donard Tusk) 폴란드 총리가 지난 22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 의회에서 한 발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통한 걸까요? 아니면 트럼프의 모범생이라는 폴란드가 총대를 맨 걸까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다보스 포럼 화상 연설 중에, 나토 동맹국들에게 들으라는 듯, "최소 GDP의 5%를 방위비로 지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제 미국과 유럽의 줄다리기가 시작됐습니다

이코노미스트

I. 폴란드, 트럼프 모범생 되나?


폴란드는 NATO 회원국들 가운데 유일하게 GDP의 4%를 넘는 국방비를 지출했습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규모가 훨씬 큰 영국, 프랑스, 독일이 폴란드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GDP 대비 비율을 보면 폴란드가 훨씬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한 폴란드 국방부 장관이자 부총리인 브와디스와프 코시냐크-카미시는 "한국으로부터 수백 대의 새로운 탱크, 곡사포 및 다연장 로켓 시스템을 구매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 들으라는 듯 "특히 미국으로부터 약 600억 달러에 달하는 구매를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라고 인터뷰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폴란드가 96대의 아파치 공격 헬리콥터를 위한 100억 달러 계약,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용 디지털 허브인 통합 전투 지휘 시스템을 위한 25억 달러 계약을 했다"라고 추가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붙어 있기도 한 폴란드가 이렇게 빠르게 방위비를 늘리는 건, 러시아와 멀지 않은데다가 러시아 우방국인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실제로 현재 폴란드의 군대는 모두 20만명으로 미국, 튀르키예에 이어 나토 3등이 됐습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폴란드는 우리 돈 3조 5천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이른바 '동쪽 방패 East Shield'라는 방어용 참호 라인도 건설 중입니다.


폴란드는 이런 계획은 1945년 이후 폴란드 동부 국경, 나토 동부 전선 강화를 위한 최대 규모의 작전인데, 뉴스위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서 얻은 교훈, 즉 참호화된 방어선의 성과를 바탕으로 설계되었고, 거기에 전자전 장비 및 정찰 및 감시 시스템 같은 첨단 장비까지 더해질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런 저런 돈 쓰임 때문에 폴란드는 2025년 국방비를 GDP의 4.7%까지 느릴 계획인데, 아마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GDP의 5%에 거의 다가갈 유일한 국가가 될 전망입니다.

                    

워싱턴포스트

II. 트럼프는 5%를 관철할까?


반면 나머지 NATO 회원국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4년 동안 나름대로 국방비 지출을 늘리기 위해 애를 써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눈높이에는 한참 못미칩니다.      


NATO가 만든 이 그래프를 보면, 오른쪽 위의 폴란드와 달리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2% 대에 몰려있습니다.

나토 보도자료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돌아오면서 더 이상 '방위비 투자 약속'을 뭉개고 있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EU 내에서도 '이젠 움직이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EU 외교 총괄 대표인 카야 칼라스는, 말 뿐인 유럽 국가들을 겨냥해, "전략 문서 만들고, 로드맵 만드는 단계를 넘어서 이제는 더 많은 미사일, 탱크, 함선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일갈하기도 했습니다.

      

EU 내에서 외교 안보 고위대표를 최고 외교관 top diplomat이라고 부르는데, 현재는 카야 칼라스 전 에스토니아 총리가 맡고 있습니다. 에스토니아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군사비를 크게 늘리고 싶어도 '유럽 경제 부진' 때문에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어렵게 2% 목표에라도 도달한 일부 국가들은 이 2%를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는 우려도 전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

특히 이런 국가들에게 지난해 선거운동에 나왔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야기는 무척 부담스럽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트럼프는 선거 운동 중에 “(러시아가 비용을 많이 쓰지 않는 나토 동맹국을 공격할 경우) 나는 그 나라들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 나라들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을 철회할 경우, 유럽 동맹국들은 지난 수십 년간의 누렸던 낮은 지출을 채워 넣기 위해 수 천억 달러를 지출해야 할 것으로 월스트리트 저널은 집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투자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아래 표처럼 여전히 NATO 내에서 미국의 비중이 높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분노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경제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유럽 각국의 국방비 증액은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NATO Press Release 2024

III. 트럼프는 얼마나 팔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다보스포럼 화상 연설에서 "기존에는 GDP의 2% 까지 늘려야했는데, 대부분의 국가들은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 돈을 내지 않았다"라면서 5%를 강조했습니다. 물론 선거기간에는 3%를 기준으로 제시한 적도 있습니다.


NATO의 운명을 쥐고 있는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이 '국방비 늘리지 않으면 너희들을 지켜줄 수 없다'는 뉘앙스를 풍기는데, 어떤 나라가 버틸 수 있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폴란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주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모범생 폴란드는 최근 더 가열차게 미국산 무기 수입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명해진 하이마스 (HIMARS) 로켓 100기 이상을 도입하기 위해 논의 중이고, 또 록히드 마틴의 F-35A 전투기를 2030년까지 32대 도입할 예정인데, 더 업그레이드 된 동종 전투기 32대를 더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F-35는 모델에 따라 가격이 조금 다르지만, 대략 대당 1억 달러 정도합니다.


이제 나머지 나토 회원국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무기를 구매하려고 눈치를 보는 상황이 올 것 같습니다.


'그린란드 강매 협박'을 받은 덴마크 역시 (아직 미국에서 무기를 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린란드와 북극해에 대한 군사비 추가 투자를 약속했으니까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는 유럽 지도자들이 제법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론'과 '경제 제재' 같은 압박을 이겨낼 있는 맷집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을 압박하기 위해 유럽 안보를 위해 필수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의 단골 카드인 '경제 제재'도 빠지지 않을 겁니다.      


결국 무기를 사야할텐데, 아마 미국 무기부터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 사정과 국내 정치 사정 때문에 모든 나토 회원국들이 당장 GDP의 5%까지 방위비를 끌어올릴 수 없기 때문에 일단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의부터 보여야할텐데, 아마 미국산 무기를 사면 그나마 생색을 더 낼 수 있다는 계산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행여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서 전쟁 수요가 줄어들더라도, 휴전 뒤 러시아 억제를 위한 국경선 병력 및 무기 배치 규모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만큼 당분간 미국 방산업체들의 불경기 걱정은 없어 보입니다.


NATO와 우크라이나 전쟁, 유럽의 안보를 걸고 벌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그리고 그로 인한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 모든 트럼프의 계획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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