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지하는 개발도상국 급증..이코노미스트 "70개국이 무력침공 찬성"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중국의 대만 통일 방법에는 제약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주로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개발 도상국들인데, 전세계에 70개국까지 늘어났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습니다.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서 개발도상국들에게 돈을 쏟아부으면서 일종의 '대만 무력 침공에 대한 찬성표, 혹은 묵인표'를 확보했다는 겁니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 뒤 '경제 제재와 비난 등이 논의될 UN 표대결'을 감안한 외교 정책인데,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런 중국의 세 확장을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❶ 트럼프와 이시바
미국과 일본, 두 나라 정상은 최근 정상회담에서 대만에 대해 "어떠한 무력이나 강압을 통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에도 반대한다"라고 합의했습니다.
사실상 두 나라가 중국의 무력 침공으로부터 대만을 지킬 수 있다는 걸 재확인한 겁니다.
미국은 '일본 – 대만 – 필리핀 – 베트남'으로 이어지는 라인을 방어선으로 해서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최대한 억제해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❷ 중국의 자기편 만들기
하지만 중국도 가만히 있는 건 아닙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현재 70개국이 공식적으로 중국의 대만 주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중국이 '모든 통일 노력'을 추진할 권리가 있다는 걸 승인했다"라며 "특히 그런 노력이 평화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모든 통일 노력이란,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도 포함된 개념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인 셈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의 '찬성표'는 지난 1년 반 동안 중국이 남반구의 가난한 나라들을 상대로 벌여 거둔 외교적 성과"라고 전했습니다.
중국은, 주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일대일로(一带一路) 인프라 계획을 통해 항구 및 기타 교통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해왔습니다.
비슷한 연구 결과는 또 있습니다.
호주 싱크탱크인 로위 연구소의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2024년 말 기준으로 유엔 회원국의 62%에 해당하는 119개국이 중국의 대만 주권 주장을 승인했습니다.
특히 이 중 89개국은 중국의 통일 노력도 지지했고, 역시 '(무력 침공을 포함한) 모든 방식의 통일 조치'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각국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공을 들이는 건, (대만 침공 시 )유엔을 통한 제재나 비난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습니다.
중국은 이미 수차례 대만 봉쇄 시나리오에 맞춘 훈련을 해왔습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시진핑 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 능력을 갖추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❸ 개발도상국 포섭 작전
스리랑카 대통령이 지난 1월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때 두 나라는 공동 성명을 통해 "스리랑카는 중국 정부의 '모든 국가 통일 노력 all efforts by the Chinese government to achieve national reunification'을 확고히 지지한다"라고 명시했습니다.
정확히 이 표현은 지난해 12월 네팔과의 공동 성명에서도 등장했었습니다.
2024년 9월 53개 아프리카 정부가 한꺼번에 서명한 성명서도 그렇습니다. 당시 성명서에도 "(아프리카 53개국은) 대만이 중국 영토임을 인정한다. 중국의 모든 통일 노력을 확고히 지지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2021년 열렸던 중국과 아프리카 정상회의 때만 해도 "영토 및 해양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걸 지지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했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변화는 중국이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많은 개발도상국들을 상대로 영향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라면서 "반대로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런 빈곤국들이 중국 압박을 거부하도록 유도하는데 실패했다"라고 전했습니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많은 '중국 편 개발도상국들'이 유엔의 제재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경우, 미국과 동맹국들의 요구에 따라 193개 회원국 중 141개 국이 러시아의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지지했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은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와 인터뷰한 싱가포르국립대학교의 자 이안 총 교수는 "중국의 외교 공세는, 러시아가 직면했던 외교적 고립을 보면서, 그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추진됐다"라면서 "중국은 (대만 침공이) 합법적으로 보이기를 원한다"고 덧붙였습니다.
PS. 시진핑과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사실상 파나마 운하를 중국이 운영하고 있다"면서 불만을 토로하게 된 상황도 결국 이런 중국의 공격적인 외교 전략에서 비롯됐다고 봐야할 겁니다.
파나마는 2017년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을 공식 승인한 뒤에 바로 중국의 일대 일로 인프라 계획을 통해 많은 투자자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파나마 운하 인근 항구를 홍콩의 회사에게 넘겨줬습니다.
파나마 뿐 아닙니다.
최근엔 태평양 상에 있는 섬나라 쿡 아일랜드 총리가, 느닷없이 중국을 방문해 동반자 관계를 맺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애써 막고 있는데, 태평양 한복판에 동맹국이 등장하게 된 겁니다.
인근 뉴질랜드 뿐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들로서는 아주 껄끄러운 부분입니다.
이렇듯 중국이 자기 편을 늘리기 위한 개발도상국 돈 퍼주기 외교는 최근 '중국 경제난'에도 거침이 없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이미 외교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라면서 "특히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이 '글로벌의 지지를 얻는 것'이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때보다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라고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도 예외 없는 관세 정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뺨 맞은 동맹국들의 행보가, 사안에 따라 러시아, 중국 쪽으로 기울수도 있다" 는 미국 언론들의 주장이 떠오릅니다. 오직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 정말 친구 없이 미국만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물론 이제 취임한 지 보름 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관세 시스템 셋팅하고 나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경제'가 아니라 '중국 외교'의 기세를 꺾기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