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건을 별일 없었던 것처럼 만들어버리다
토요일 오후 4시, 수영장은 평소보다 조금 한산했다. 나는 평영 발차기를 연습하기 위해 청소년 레인으로 향했다. 요즘 늘 그렇듯이 평영은 속도가 나지 않아 답답함을 느끼며 겨우 25미터 지점에 도착했다. 발차기를 한 번 할 때마다 10cm도 채 나가지 않는 것 같아 좌절스러웠다. 그때, 안전요원이 다가와 친절하게 말했다.
“선생님, 여긴 아이들 레인이에요. 평영발차기를 하다가 아이들을 다치게 할 수 있으니 옆 레인에서 연습해 주세요.”
그의 말은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친절한 안내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즉시 초급 레인으로 옮겨 연습을 이어갔다. 갈 때는 자유형으로, 돌아올 때는 숨 쉬기 편한 배영으로, 거의 다 와서야 평영 발차기를 연습했다. 출발부터 평영을 하면 너무 느린 속도 때문에 뒤따라오는 사람들을 기다리게 할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수영을 하면서 자주 떠오르는 말이 있다. "생각하는 것은 숨을 참는 것만큼 어렵다." 어떤 작가의 말인데, 그의 일이 생각하는 일이니 자기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수영을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왕복 두 바퀴만 해도 숨이 턱까지 차올라 헐떡거린다. 병아리 수영인으로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숨을 참으며 수영하는 것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25미터 레인을 세 바퀴 정도 돌고 나니 지쳐서 출발지점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 순간, ‘풍덩’ 하는 큰 물소리가 들렸다. 수영장의 모든 사람들이 놀라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 짧은 순간 안전요원은 물속에서 7~8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아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아이를 앉히고 괜찮은지 물었고, 아이는 살짝 놀란 듯했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다. 곧 여성 안전요원도 달려와 아이를 쓰다듬으며 진정시켰다.
잠시 후, 아이의 엄마가 왔다. 안전요원은 젖은 옷을 짜며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 엄마는 아이를 유아용 풀로 데려가며 몇 번이나 괜찮냐고 물었지만, 아이가 멀쩡했기에 그 상황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실감하지 못하는 듯했다.
어린아이들이나 수영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깊지 않은 물에서도 익사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이 물을 먹으면 몸이 뜨지 않고, 그 순간 당황해서 더욱 허우적거리다 물속으로 가라앉기 때문이다. 아마도 안전요원은 아이가 물속에서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고 즉시 뛰어들었을 것이다. 처음 수영장에 왔을 때, 레인 옆 높은 의자에 앉아있던 안전요원의 존재만으로도 나는 안심이 됐다. 그들은 수영장을 천천히 돌아다니며 주의를 기울이고, 위험을 미리 방지하려고 한다. 이날도 평영 발차기가 아이들에게 위험할 수 있음을 나에게 친절히 알려주었고, 물에 빠진 아이를 신속하고 정확한 행동으로 안전하게 지켜냈다.
만약 그 안전요원이 아이를 발견하는 데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아이와 가족, 그리고 수영장은 아마도 비극적인 분위기로 뒤덮였을 것이다. 며칠, 아니 몇 달간 수영장 출입이 금지됐을지도 모른다. 결국, 별일 아닌 것처럼 되어버린 이 사건은 안전요원의 신속한 대응 덕분에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되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났고, 아이도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았기에, 아이 엄마는 안전요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할 기회를 놓친 듯 보였다. 물론 이후에 감사 인사를 표현했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 안전요원에게 어떻게든 정말 큰일을 해냈다고 칭찬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초급 레인 출발지점에서 안전요원을 계속 바라보며 그와 눈이 마주치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눈이 마주쳤고, 나는 두 손으로 엄지손가락을 세워 '최고'라는 표시를 했다. 그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내가 이렇게라도 칭찬을 해줄 수 있어 기뻤다. 아마 안전요원도 자신의 행동이 보람찼을 것이다. 이런 뿌듯함은 오래도록 간직될 가치가 있다.
스토아 철학은 예방이 치료보다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그들은 예방에 실패하여 사건이 발생해도 그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라고 강조한다. 그것이 삶을 살아가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하며. 여하튼 이날 안전요원의 예방과 같은 신속한 대처로 사건이 될 수도 있었던 일이 나의 브런치 글에만 남는 작은 에피소드가 되었다.
세상에는 큰일과 작은 일이 매일 벌어진다. 그런데 작은 일이 두 개 이상 동시에 발생하면 큰일이 될 수 있다. 다행히도, 우리 곁에는 이렇게 남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은 늘 삐걱거리지만, 이들의 적절한 행동 덕분에 우리의 일상이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이들이 있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숨 참는 수영을 즐겁게 하고 있다. 다시 한번, 꼬마아이를 번쩍 들어 올린 안전요원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