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를 벗어났다는 징표, 접영
‘과연 내가 이 영법을 해낼 수 있을까?’ 수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접영은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수영을 꽤 배운 사람만이 도전할 수 있는 영법, 그게 접영이었다.
이번 주부터 한 팔 접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한쪽 팔로 물을 젖으며 몸을 웨이브하는 동작을 반복했다. 미리 영상을 보며 감을 익혔던 덕분인지,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수업이 끝난 후 자유 수영 시간, 두 팔 접영에 도전해 보았다. 예전에는 강습에서 배우지 않은 동작을 스스로 연습하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부담스러웠다. 마치 학창 시절, 혼자 몰래 공부하다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야 했던 순간처럼. 하지만 이제 기초를 익힌 만큼,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물살을 가르며 자유롭게 연습했다.
접영은 팔을 길게 뻗었다가 천천히 내리며, 가슴 높이에 이르면 강한 힘으로 물을 밀어야 한다. 그런 다음, 허벅지까지 물을 밀어낸 후 다시 팔을 머리 위로 뻗는다. 다른 영법보다 확실히 체력 소모가 컸다. 상체 운동 중에서도 접영이 단연 최고였다. 팔과 어깨 근육이 빠르게 지쳐갔다. 하지만 피곤함 속에서도 묘한 희열이 있었다. 마치 중급 이상의 실력자로 인정받는 느낌이랄까.
수영장 벽면에 공사 안내문이 붙었다. 이번 달이 끝나면 내부 공사를 위해 수영장이 3개월간 문을 닫는다고 했다. 오늘로부터 딱 15일 후면 더 이상 이곳에서 수영할 수 없게 된다. 이 소식을 접하니 수업이 더욱 소중했다.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든 접영을 완전히 익히고 싶었다.
드디어 마지막 수업날.
강사는 접영 동작의 세밀한 부분을 짚어 주었다. 리커버리할 때 엄지손가락부터 물속에 넣어 저항을 최소화하라는 조언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날까지도 내 자세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도 접영까지 대략적으로 익혔으니, 이제 수영의 기본은 다 배운 셈이다. 다만 오픈턴을 배울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강사는 수업 종료 15분을 남기고 오픈턴을 급히 알려주었다.
오픈턴을 익히면 수영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다며, 그는 동작을 분할해 설명했다. 벽에 손을 짚고, 다리를 오므리며 몸을 비틀고, 발바닥으로 벽을 강하게 차는 동작. 유튜브에서 수없이 보았던 장면이었기에 강사의 시범이 쉽게 이해됐다.
수업이 끝나는 순간, 우리는 둥글게 모였다. “3개월 후에 다시 만나자!” 강사의 밝은 목소리에, 우리는 손을 모아 위로 뻗으며 “화이팅!”을 외쳤다. 그 순간, 가슴 한편에서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8개월간 함께했던 수영 일정이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사물함 열쇠를 반납하고 짐을 챙겨 나서는 길, 문득 첫 직장에서 퇴사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동료들보다 먼저 퇴근해 조용한 지하철에 몸을 실었을 때 느꼈던 허전함. 무언가 끝나버렸다는 아쉬움. 마지막이라는 말은 언제나 애틋하다. 마지막이 온전히 기쁜 경우가 있을까?
그해 여름, 수영을 배운 후 처음으로 바닷가에서 ‘제대로 된 수영’을 해보았다. 배영 자세로 바닷물 위에 떠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그리고 아직 서툴지만 접영을 시도하는 순간, 모든 것이 환상처럼 느껴졌다. 어린 시절, 광안리와 해운대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 친구들과 물장구를 치며 놀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정작 그때는 제대로 수영을 할 줄 몰랐다. 그 아쉬움을 중년이 되어서야 풀었다. 그 시절, 해운대와 광안리 해수욕장 주변에는 탁구장이 많았다. 수영을 마치고 탁구 한 판을 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방학 때의 일상이었다.
에픽테토스는 말한다. “좋은 일은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만일 당신이 지금 무화과를 원한다면, 나는 서두르지 말라고 할 것이다. 먼저 꽃이 피고, 그다음 열매가 맺히고, 마지막에 익게 하라.” 자연에는 속도가 있다. 우리는 우리의 기대치를 자연의 속도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 빠른 해결책을 찾으려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된다. 서두르면 오히려 지쳐 포기하기 쉽다. 장기적인 목표에 눈을 고정하고, 자연의 흐름을 받아들이며 그 과정을 즐기는 것, 그것이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게 하는 비결이다. 위대한 건축물들은 오랫동안 설계를 머릿속에 그려본 사람들이 지어왔듯, 우리의 삶도 지속적으로 꿈꾸고 바라볼 때 비로소 아름답게 지어질 것이다.
지난 8개월 동안 수영과 함께 겨울과 봄, 그리고 여름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무더운 여름날, 수영 후 녹초가 된 몸을 도서관의 차가운 에어컨 바람 속에 기대고, 지친 몸을 뉘일 의자와 책상을 찾으며, 유튜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때마다 나는 마치 작은 천국에 있는 듯했다.
물에 뜰 것 같지도 않았던 내가 이제는 수영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지름길을 찾기보다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천천히 익어가는 과정 속에서 값진 기쁨이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