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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Sep 20. 2021

오늘치 낭만-연인이라는 이름으로

폭소를 하게 될 일도 많지 않지만, 미소 짓게 되는 일도 많지 않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좋은 풍경 맛있는 음식 고급 시설 등 웬만한 걸 다 누려봐서, 딱히 새로울 것도 없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때는 오히려 시시하고 별 거 아닌 것들이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길에 피어난 작은 들꽃이 눈에 들어올 때, 어제와는 다른 하늘 풍경에 감탄하게 될 때, 지나다 괜찮아 보여서 들어간 카페의 커피맛이 내 입맛에 딱 맞을 때, 거리의 소소한 풍경을 폰에 담고 있는 사람을 볼 때... 이런 게 모두 낭만적으로 느껴져 '오늘치 낭만'이라 이름 짓고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낭만을 기록해두려 한다. '오늘의 낭만'이라고 했다가, 찰나의 순간이어도 하루를 충분히 채우고도 남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치 낭만'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기록은 그저 지나가버리거나 잊어버리곤 하는 기억을, 바로 지금 내 눈앞에 다시 생생하게 펼쳐주는 힘을 지니고 있다.


가까이 있는 이도, 늘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잘해주면서도 그게 어느새 일상이 되고 당연해져 고마운 마음이 옅어질 때가 있다(있을 것이다). 결국 서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관계만이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게 된다.


오늘, 애인이  닮았다고 좋아하는 이모티콘 캐릭터 -그게 바로 루피인데 ㅎㅎ- 잔망 루피 시리즈를 2개나 선물해주면서, 선물 메시지에 “추석에도 하나뿐” “추석 이후에도 하나뿐이라고 써서 보냈다. 남들이 보면  것도 아닐  메시지가 내게는  웃음을 선사했다.


이것도 귀여운데,
연이어 이렇게 보내다니. 너무 귀엽지 않나요…? ㅎㅎㅎ


남들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을 가는 추석 연휴, 애인은 추석에  바쁜 업무 일정이어서 정신도 없고 마음이  좋지도 않을 텐데, 함께 시간 보내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멀리서나마  세심하게 마음 써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음들이 모여 우리의 관계를 더 탄탄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치 낭만으로 충분했다. 아니, 차고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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