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관심사이고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이 과제는 명사로 정의되기보다 동사로 풀릴 때 훨씬 유연해서, 우리가 어떠한 지향점을 바꿀 때에도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적다. 또한, 동사로 정의되는 삶은 명사보다 좀 더 넓은 범위를 포함하면서도 구체적이고, 우리가 몸 담고 있는 분야를 한층 더 입체적으로 정의해주기도 한다.
이전에 기획했던 워크샵에서 2박 3일 동안 참여자들이 서로를 본명이 아닌, 동사로 정의된 닉네임을 부르는 규칙을 정한 적이 있었다.
나는 ‘만드는’이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 재밌는 것을 만드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뜻을 담은 동사였다.
같이 워크샵을 기획한 Y는 ‘연결하는’이라는 이름을 썼다. 사람과 사람을, 사람과 분야를, 분야와 분야를 아우르며 연결하고자 하는 의미의 이름이다.
나만의 동사를 찾는 것이 어렵다면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지인들은 우리를 다양한 상황에서 관찰하며, 어떤 행동이나 특성이 우리를 가장 잘 표현하는지 알려줄 수 있다. 또한, 외부의 시각은 우리 자신들도 몰랐던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게 해 주고, 우리가 어떤 가치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지에 대한 큰 힌트를 준다.
나의 동사는 외부적으로 뿐만이 아닌 내부적으로도 발견되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내가 선망하는 사람,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 생각해 보는 것이다. 거창한 단어가 아닌, 단순한 형용사들도 본인이 지향하는 가치나 삶의 모습이 될 수 있다. 워크샵에 참여했던 다른 사람들의 이름을 예시로 든다면 ‘맑은’, ‘온화한’, '지혜로운' 등이 있다.
동사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은 분명 쉽지 않다. 그렇지만 동사로 사는 삶을 지향하게 되면, 조금 더 넓으면서도 선명한 비전을 설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동사를 찾는 여정은 자아를 이해하고 더 발전하게 해주는 좋은 방향성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