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1/2)

by pathemata mathemata

내가 방공호에 머문 지 2년이 지났다. 2년 전 나는 잠결에 쫓기듯이 어떤 방공호에 들어왔다. 이곳은 거대한 철문을 통해 밖을 나갈 수 있다. 반대로 이 문으로부터 비롯되어 아래로 이어진 계단을 걸어가면 내가 지금 보금자리로 삼고 있는 원룸 형태의 숙소가 있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침대가 한 개 있었다.


지하에 있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주로 식사는 통조림으로 하고 있다.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참치캔과 베이크드 빈 캔 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포크를 겸한 철제 수저도 있다. 아니, 정정해야겠다. 식사는 통조림으로만 하고 있다. 어디서 전원이 연결되어 있는지 몰라도 LED 등이 켜진 상태이다. 제일 중요한 식수 역시 수도꼭지를 열면 부족함 없이 흘러나왔다.


이 방공호에 사는 사람은 나 이외에 아무도 없다. 이곳은 꽤 지하 깊숙한 곳이라 스마트폰에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을 리 없다. 그렇다고 해서 외롭지는 않다. 참치캔 개수만큼이나 많은 책이 있기 때문이다. 책들을 다 읽기 전에 죽을 날이 더 가까운 것 같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용변을 보는 일이다. 구덩이를 파서 만들어낸 화장실 같은 것이 있긴 하지만 정화조가 제대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실내는 늘 끔찍한 화장실 냄새를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상관없다. 모두 내 것이므로. 그 점을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삶이다. 죽음을 피했으니 말이다.


세상은 2년 전에 멸망했다. 잘은 모르지만 아무래도 핵 전쟁인 것 같다. 나는 잠결에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채 이곳으로 왔다. 어쨌든 나는 죽음에서 벗어난 것만은 확실했다. 그런데 2년 전 내가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어떤 라디오 형태의 기계가 있었다. 혹시라도 어떤 문제를 일으킬까 봐 나는 한 번도 기계를 켜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 나는 그 기계의 전원 버튼을 눌러보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사실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수도꼭지를 틀어도 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을 마시지 못한지 하루에 가까워지자 더 이상 갈증을 참기 힘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몇 가지 없었다.


1번. 문을 열고 나가서 물을 구하기

2번. 몸에 상처를 내서 피를 마시기

3번. 기계의 전원 버튼을 누르기


아무리 생각해도 1번은 너무 위험했다. 2번 역시 지속 가능한 방법은 아니었다. 지금으로서 가장 쉬운 방법은 3번이다. 그래서 10분 정도 고민 끝에 나는 신중하게 그 철제 기계의 플라스틱 버튼을 눌렀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3번 정도 연달아 눌렀다. 그러자 기계에서 어떤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 목소리 들리나요?" 젊은, 그리고 차분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나는 깜짝 놀랐지만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계는 이어서 말했다. "들리는 것 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목이 무척 마를 것입니다."


나는 수긍할 수밖에 없어 상대방이 보고 있다는 듯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이 마시고 싶으면 문을 여세요." 나는 반사적으로 천장을 보았다. 그곳에 무인 교통단속처럼 반짝이는 CCTV라도 있을까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았다. 하긴 이 방공호 안에서 그런 것을 본 적은 없었다.


한참 동안 기다렸지만 기계는 더 이상 아무런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그녀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무시하기에는 너무 목이 말랐다. 2년 동안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계단으로 발길을 향했다.


운동 부족으로 계단을 오르기 힘겨웠다. 가까스로 녹슨 철문 가까이 다가가니 놀랍게도 2L들이 생수병 6개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육중만 문이 소리 없이 열린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누군가 물을 가져다 놓은 것은 확실해 보였다. 나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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