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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YNO Nov 03. 2024

스스로를 너무 윽박지르고만 있지 않나요?

가끔은 좀 기다려주는게 더 효과가 좋습니다. -요가로 나에게 너그러워지기


내가 요가를 처음 만난 건 9개월째 지속하던 필라테스가 질렸을 무렵이었다.
그땐 요가는 유연성으로만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했고, 몸이 뻣뻣하던 나는 요가를 하고 싶단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는데, 마침 플라잉 요가가 한참 생겨날 때라 그건 시원하고 재밌어 보였다.
나도 해먹을 몸에 감고 공중에서 멋있는 자세들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근처에 플라잉 요가 수업을 하는 요가원을 찾아갔다.



요가 선생님은 몸이 호리호리하게 날씬하던 필라테스 선생님과는 달랐다.
떡 벌어진 어깨, 단단해 보이는 그리 마르지 않은 몸. (모든 선생님이 이렇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내가 처음 만난 선생님의 인상일 뿐이다)
겉보기에는 굉장히 말랑말랑해 보이는 귀여운 살집이 조금 있었는데, 수업 중에 본 선생님은 생각보다 힘이 엄청나게 세고, 유연했다.



플라잉 요가 때문에 등록했지만 일반 요가 수업도 들어야 해서 나는 그나마 익숙하던 빈야사 수업에 들어갔다. 빈야사는 연속적으로 동작을 이어나가는 요가 종류인데, 여러 가지 동작을 한 세트로 물 흐르듯 이어나가며 반복하는 게 특징이다. 선생님은 시범을 보이며 플랭크-차투랑가-코브라(업독)-다운독으로 이어지는 빈야사 기본 시퀀스를 알려주었다.
 


바로 그때, 난 인생 처음으로 눈앞에서 차투랑가의 움직임을 보았다.

그건 마치 중력을 거슬러 몸이 떠있는 듯, 경이로웠다.
팔을 굽히며 팔 굽혀 펴기도 아닌 듯, 몸을 플랭크 자세로 편 채로 한 단계씩 내려가는데 그 움직임이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물 흐르듯, 하지만 단단하게.




보트 자세는 또 어떻고.
그 자세는 필라테스를 하던 내게도 익숙했지만 선생님은 V자의 자세에서 더 나아가 몸을 일자로 붙였다.
난 아랫등이 많이 굽어있어서 브이자로 버티는 것도 힘들었는데, 선생님의 몸은 폴더로 접힌 모양으로 허벅지와 아랫배가 빈틈없이 붙어있었다.
그렇게 엉덩이로만 땅을 지지한 채로 몸통과 다리를 붙이고, 얼굴을 다리에 묻으며 후- 숨을 내쉬는 선생님은 깃털처럼 
가볍지만 땅에 단단히 뿌리내린 듯했다.



그게 내가 느낀 요가의 첫인상이었다.
유연하고 단단한 것, 힘 있고 부드러운 것.



아사나(요가동작)를 완성하려면 유연성뿐 아니라 힘이 있어야 했다.
허리를 뒤로 젖힐 수 있게 하는 건 유연함이 아니라 단단함이었다.
내 인생을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건 내면의 단단함인 것처럼.





그래서 요가는 계속 내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며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는 법을 가르친다.

몸은 윽박지르고 세게 누르면 늘어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보다는 가만히 호흡을 깊게 내쉬며 한숨 더 참아낼 때 조금 더 유연하고 부드러워진다.
내 몸에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다.


처음엔 다리가 찢어질 것 같이 고통스럽지만 그 상태에서 몇 초만, 호흡을 깊게 내쉬며 그 부위로 숨을 불어넣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첫 순간보다 조금 견딜 만해진다.
그게 한 번, 두 번 반복이 되면 처음의 고통이 곧 가신다는 것을 학습하게 되고, 그렇게 충분히 시간을 주며 지속하다 보면 다리와 허리는 그제야 조금씩 더 유연해졌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마찬가지.

요가는 명상으로 마음에도 잠깐의 시간을 주며 나를 지금,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 놓고 집중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양반다리로 앉아서 똑바로 허리를 세우는 건 꽤 힘든 일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몇 호흡을 꾹 참고 지속하다 보면 어느덧 편안하게 허리를 세우고 앉아있을 수 있었다.

이때도 명상을 이어지게 하는 건 인내와 너그러움이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있기란 생각보다 힘들어서 자꾸만 내 생각은 다른 곳으로 간다.

이때 '왜 이렇게 산만하지?'라는 자책과 짜증보다는 그렇구나, 받아들이고 몇 번이고 다시 내 호흡에의 집중으로 돌아올 기회를 주는 것이다. ‘내가 지금 다른 생각에 빠졌구나.’ ‘내가 지금 이런 게 신경 쓰이는구나.’
‘그래도 괜찮다. 다시 돌아오면 된다’는 다정한 말과 함께





내가 스스로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가만히 기다려준 순간이 언제일까?


돌이켜보면 나를 다정하게 기다려주었던 마지막 순간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현생을 살아가는 우리는 늘 시간에 쫓기고, 압박감에 쫓기기 마련이니까.

스스로에게 너그럽게 괜찮다고 말하기보다는 얼른 더 해야 한다고, 뒤처지면 안 된다고 재촉할 때가 대부분이지 않나. 항상 뭐든 잘하고 싶고 욕심이 많은 나는 더욱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못하고 몰아붙이기 일쑤였고, 그게 가끔은 우울과 자책에 빠지게 했다.

하지만 매트 위에서만큼은 스스로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내 몸과 정신에 가만히 알려주기 시작했다.
다정한 태도로, 잠깐의 고통도 곧 지나간다고.

그러고 나면 일상에서도 스스로에게 조금 너그러워질 수 있는 순간이 온다.
늘 성에 안 차고 부족하지만 열심히 애쓰고 있는 내가 눈에 들어온다.


스스로를 매번 윽박지르는 부모보다는 가끔은 그래도 된다고 토닥여주는 다정한 부모가 되어주는 것이다.
그렇게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고, 기다려주는 인내를 요가를 하며 배웠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조금 더 단단하고 유연해질 것을 알게 되었기에.





지금은 요가원을 다니진 않지만 이상하게도 요가는 힘들 때면 다시 생각이 난다.
왠지 마음이 심란할 때, 머리가 복잡해서 고요하게 잠재우고 싶을 때, 너무 힘들건 싫은데 몸을 개운하게 리프레쉬하고 싶을 때, 그럴 때마다 나는 자연스럽게 요가 매트를 펴고 올라간다.


명상 음악을 틀고 바른 자세로 앉아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그렇게 가만히 내 호흡에 집중한다.
요가를 하며 스스로에게 다정함을 선물한 뒤에 미간 사이에 엄지를 대고,
내 유튜브 요가 선생님이 자주 하는 말을 낮게 읊조린다.

Be gentle, kind to yourself and treat others in the same way, 나마스떼-.
 -Yoga with Adri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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