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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H Oct 05. 2023

가난한 집안에서 살아남기-Part1

Ep27



우리 집은 원래 넉넉하지 않았지만 내가 11살 이후로 상황이 아주 악화되었다. 언니, 나, 동생 거기에 할머니까지 있는 대가족을 부양해야 하는데 아빠는 그 노력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길바닥에 살 정도는 아니었지만, 평범한 삶을 살기엔 어려운 정도였다.


part1 - 초등학교 시절

 

초등학교 때 나는 해맑고 인기가 많은 학생이었다. 친구들과 항상 잘 지냈고, 선생님 말씀을 항상 경청하고 잘 들었기에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초등학생 때까지는 아빠가 열심히 일을 해왔던 것 같다. 집이 망하기 전에는 주말에 아빠 차를 타고 놀러 다닌 적이 참 많았다. 아빠가 일을 다녀올 때 우리 삼 남매가 쪼르륵 달려가서 아빠를 안곤 했다.


물론 아빠가 그렇다고 정상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기억이 생생한 충격적이 사건들이 있다.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인이 하는 생각, 행동이 아닌 적이 많았다. 엄마를 많이 힘들게 했다.




어렸을 적 우리 집 주변엔 아주 큰 아파트 단지가 생겼다. 친구들 집에 놀러 가보니 아파트는 아주 크고, 따뜻하고 안전해 보였다. 우리 집은 항상 물이 새고 화장실에선 항상 고약한 냄새가 났다. 후각에 예민했던 나는 어렸을 적부터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냄새를 안 맡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성공하고 싶었다. 가족들과 차를 타고 갈 때 아빠가 평창동이라는 곳을 보여줬다. 꼬마였던 내 눈에 담벼락밖에 안 보이는 이 집들은 너무나 아름답고 한 번이라도 들어가 보고 싶은 곳이었다.


저 집 얼마야?

20억 정도 할걸? (2000대 초반)

내가 엄마아빠 사줄게!


10살밖에 안 되는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엄마아빠에게 집을 사주기로 약속했다. 말도 안 되는 약속이지만. 정말 어렸을 적부터 나는 돈을 알뜰하게 모았다. 놀이공원이나 수련회에 소풍을 갈 때 만원을 주면 모두 남겨왔다. 세뱃돈을 받으면 모두 저축했다.


그렇게 나름 가난하지만 씩씩하게 자라나던 중 일이 생겼다.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땐 가정주부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을 나가기 시작하셨다.


아빠가 어떤 이상한 아저씨를 데려왔었다. 그땐 사기꾼이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지만 아빠가 좋아하고 우리 집에 와서 밥도 먹고, 좋은 사람인 것 같았다.


그 사람 때문에 우리 집은 완전히 무너졌다. 재산이랄 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물려줬던 집까지 날아갔다. 아빠는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엄마의 명의까지 가져다 쓰는 바람에 우리 집은 더욱 손쓸 수가 없어지게 되었다.


 엄마 아빠는 그 상황이 너무 무서웠던 나머지 빚 독촉 전화를 내가 받도록 했다. 매일 전화가 와서 엄마아빠가 어딨 냐고 찾았다. 나는 매일 모른다고 거짓말을 해야 했다. 아직도 나는 전화받는 것이 무섭고 어렵다. 아마 해맑았던 나는 그때부터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원래 우리 집도 물이 새고, 쥐가 나오는 집이었지만 이제는 더 안 좋은 집으로 이사 가야 했다. 반지하집이라 계단을 내려가야 나왔고 대문이 없어 미닫이 문에 숟가락을 꽂아 닫는 구조였다.


 화장실은 창문이 너무 크게 뚫려 있는데 정말 투명한 건 아니지만 밖에서 실루엣이 다 보이는 정도의 창문이었다. 옆집 아저씨가 담배 피우러 올라왔을 때 창문이 열려있으면 눈이 마주쳤다.


엄마는 사기에 당한 이후로 매우 울적해 보였다. 일을 하기 시작하니 너무 힘들어 집에 오면 바로 주무셨다. 내가 엄마를 기쁘게 할 수 있는 방법, 우리 집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집에서 항상 밝게 있는 것이었다.


 내가 했던 방어기제는 기쁜척하는 것이었다. 항상 행복한 척. 집에서 나는 항상 가족을 웃기려고 노력했다. 그때마다 가족들이 웃어줬지만 그런 행복은 잠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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