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집
'나에게 맞는 집'이란 제목처럼 나에게 맞는 완벽한 장소를 찾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최근에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이주를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구동성으로 적당한 곳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다니다가 물은 양보하고 산만 보고 땅을 구입한다거나 물만 보고 땅을 산 친구도 있다.
취학 아동이 있는 경우 전원주택의 꿈을 미루고 도심지의 주택을 선택하거나 결국 아파트에 그대로 머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세컨드 하우스의 개념으로 시골에 작은 집을 사거나 컨테이너를 놓고 주말 농장을 하기도 한다.
호숫가에 땅을 사놓은 친구는 이십 년이 흘렀어도 집을 짓지 못하고 있다가 처분했다. 이후에 시골마을 집을 한채 구입해서 세컨드 하우스로 사용한다. 거주하는 곳은 시내의 아파트다.
여름에 완벽한 정원은 쥔장이 참으로 부지런함을 증명하는 일이다.(이렇게 가꾸기 위해서 사장님은 늘 분주하시다.)
어떤 이들은 낡은 아파트에서 신축 아파트로 옮기려고 했다가 천정부지로 오른 신축 아파트의 가격 때문에 주택을 알아보게 된다. 더욱 이런 현상은 가속화되는 듯하다.(아직 전주는 주택이 아파트보다 가격이 더 낮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곧바로 억이 올라 버리니 민초의 마음 역시 억 소리 나게 들썩인다.
주택의 가격도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에서 아파트로 가려고 하는데 아파트가 너무 올랐다. 그래서 이동을 위한 자금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주택 가격을 더 받지 않으면 갈 곳이 없어진다. 이렇게 부동산은 맞물려 돌아간다.
1번 목적성 (왜 토지나 주택을 사려고 하는가)
2번 접근성 (목적에 맞는 거리)
3번 장래성 (부동산은 가정경제의 자산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잠재적 발전 가능성은 중요 요소)
4번 경제적 가능성 (자신이 가진 자산 정리, 대출 및 이자 계산)
전원주택 관련 유튜브로 이 곳 저곳을 살펴본 나의 친구는 전원주택 단지를 돌아볼 희망에 부풀어 내려왔다가 머리만 아프다면서 올라갔다. 원래 그런 프로그램에서는 단점이나 고민거리를 많이 언급하지 않고 장밋빛 미래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을 보러 다니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재미로 시작했다가 막상 일을 벌이려면 현실적인 문제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나에게 조언을 구할 경우 장단점을 설명하게 된다. 그러면 본인에게 맞는지 고민을 하게 된다. 고민은 당연한 것이다. 덜컥 땅부터 산다거나 집을 계약한다면 때로 후회가 따른다. 부동산은 가격이 억 단위가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당장 퇴직을 고려하던 친구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시간을 두고 무엇을 할지 생각해야겠다고 한다. 퇴직 5년쯤 전부터 자신의 제2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하루 벌어 하루 먹기 힘든 이들에게 나의 이러한 말들은 가진 자의 이야기라고 할지 모른다.
나의 경우, 현재 나의 자산을 플러스 마이너스한다면 그리 많이 남지 않는 셈이다. 나는 대출을 받아 땅을 미리 샀을 뿐이다. 나는 은행에 저금하거나 개인연금 저축을 들거나 증권을 하거나 펀드에 투자하지 않았다. 투자할 돈도 없었다. 대출받아 땅을 사고, 집을 사면 그것을 갚아 나가는 것이 곧 저금이라는 식의 사고로 지금에 이르렀다.
조금의 돈을 모았을 때 시골에 땅을 샀다. 그곳에서 남편은 이것저것 작물을 심기도 하고 목공을 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 우여곡절 끝에 공방 자리를 시내에 마련했다.
몇 억을 하루아침에 거머쥐게 되는 것이 현재 부동산 상황이라고 하며 모두들 아파트에 뛰어든다. 부동산 투기꾼들이 벌떼같이 몰려든다. (정말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분양을 받아야 하는데 안타깝다.)
이런 와중에도 나는 흔들림이 없다. 오늘도 나무 한그루를 이곳에 놓을까 저곳에 놓을까 즐거운 고민을 한다. 나에게 맞는 집이란 나의 가치관이 흔들리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자질구레한 고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남아 있는 고민들 중에 행복이 더 큰 자리를 차지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스카이 로켓이 차지했던 곳에 블루 애로우를 놓았다. 스카이 로켓이 가느다랗게 시작한다면 블루 애로우는 모양새가 아래에서부터 아름드리 형태로 올라가서 예쁘다. 어린 나무의 경우도 전체적으로 스카이 로켓보다는 묵직한 느낌이 있다.
그런 후 기존의 스카이 블루를 어디에 둘까 생각하면서 낑낑대고 화분을 들고 왔다 갔다 한다.
덕분에 오늘도 즐거운데 허리가 조금 아프다. 앞 쪽에 있던 측백 종류들을 뒤로 옮기니 뒷마당이 가득 찼다. (측백 종류도 모두 시골로 옮기기로 했다.)
매실나무의 줄기가 옆으로 너무 퍼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 되면 공간을 많이 차지할 것 같다. 나무를 보니 매실이 네 개 열렸다. 이른 봄에 핀 꽃이라고는 매화 밖에 없어서 얼른 심었는데 후회된다. 후회는 짧게 5초만 하기로 했으니 해결방법을 생각한다. 매실나무 역시 내년 봄에 농막으로 옮기기로 했다.(시골에 옮길 곳이 있어서 좋다.)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나무들을 심어서 그런 점도 있다. 하지만 항상 이렇게 한 계절이 가고 한 해가 지나면 정원의 식물 배치를 다시 고려하게 된다.
잘 자라는 아이, 못 자라는 아이 봐 가면서 자리도 이동시키고 가지도 잘라야 한다. 제니퍼네 집도 그렇다. 제니퍼의 집은 이제 1년 되었다. 그녀는 정원 박사라고 생각했는데 나무 하나가 자꾸만 잎이 마르고 시든다고 한다. '스카이 조경(완주에 위치한 원예 조경 집)'에 가서 블루 애로우를 살 때 여쭤보았다.
나무가 시들 거리면 자꾸 물을 더 주는 데 문제가 있다. 나뭇잎이 마르는 이유는 여러 원인 중 '과습'이 대부분 이유가 되는데, 더 물을 주면 어찌 되겠느냐. 제니퍼가 집에 가서 땅을 파 보니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고 한다. 배수의 문제가 있던 곳이었다.
결국 나무의 자리 이동을 했다.
나무는 자랄 것을 생각해서 심어야 한다. 블루 애로우는 5미터 높이까지 자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감히 블루 애로우를 심지 못하고 화분에 배치한다. 좀 더 잔디와 화단의 상태를 두고 봐야겠다.
주택에 나무가 제 자리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은 사람이다. 근래에 꽃과 나무는 나에게 기쁨이다. 우린 공생 관계 같다. 접시꽃도 피었다.
나의 꽃밭의 꽃들을 보노라면 근심 걱정은 모두 사라진다.
늘 퇴근해서 잠시 머물게 된다. 주말은 또 어찌 그리 빨리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종일 앉아 그림도 그리고 바느질도 하고, 마당의 풀도 뽑는 그럴 날이 오겠지.(예전엔 노동으로 여기던 일들이 이제 재미로 느껴진다.)
<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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