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더운 여름날이었다.
유명하다는 막국수 집구석자리에 너와 나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물을 따르며 너는 내게 말한다.
자신의 외로움은 도대체 언제 사라질지 모르겠다고.
나는 말한다.
네가 외로움을 안고 살듯이 나는 아마 우울을 늘 안고 살아야 할 것 같다고.
그래도 이 와중에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외로움을 안고 사는 너와
우울을 안고 사는 내가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부터 느꼈다는 것이다.
너 또한 나의 존재가 조금이나마 그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더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외로움도 명랑함으로 따스하게 덮고 살아갈 줄 아는 너와,
우울함도 평온함으로 태연하게 덮고 사는 내가
생각보다 지금의 삶을 꽤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가 오랫동안 지금의 이 마음과 감정을 기억하고 간직하며
앞으로의 날에 좋은 에너지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