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바쁘거나
어느 날 갑자기 우울에 다시 빠져 허우적댈 지라도
계절의 변화만큼은 마음껏 느낄 수 있기를.
피곤에 젖은 날들이 이어져도
여름의 맑고 밝은 밤하늘만큼은 놓치지 않고
좀 더 바라보기를.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 이 길 끝에서
유난히 평화롭게 흔들리는 어느 억새밭을 잠시라도 감상할 수 있기를.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아깝도록 잘만 흐르는 시간들 속에서
낮과 밤의 온도차만큼은 느끼며 살아가기를.
어느 가을의 선선함에 취하거나
누군가가 내려준 커피에 푹 빠지기도 하고
지나가는 길에 들러 포장한 아이스크림에 행복을 느끼며 하루를 보내기를.
살면서 느끼는 이 작지 않은 평온함들을
누군가에게 온전히 전해줄 수 있거나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