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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흐름 Oct 19. 2021

#43. 못은 벽에 박히려고 만들어진 물건이다   

마음에 결코 작지만은 않은 못이 박혀 있었음을 알게 된 건 

그 못이 은근슬쩍 빠지고 나서였다.


정작 마음 한가운데에 못이 떡하니 박혀 있을 땐

도무지 나의 상태를 이해할 수가 없어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는데.


어느 순간 못이 빠지고 

그 구멍은 마데카솔이라도 발라둔 것처럼 

생각보다 금방 새살로 차올랐다.


못이 박혀있던 시간은 끝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길게 느껴졌었는데 

그 흔적이 흐려지는 시간은 순식간이라니.


무작정 참아 보고, 기다리고, 버텨 보는 건 답이 아니었다.

그건 내 마음에 못 하나를 추가하는 것과 다를 것 없는 일이었다.


털어내고 버려냈다.

던져내고 빼냈다.

그렇게 애를 쓰는 동안 시간은 생각보다 부지런히 흘러갔고 

어느새 새 살이 돋아나는 걸 느끼며 조금씩 아픔을 지워가고 있다.


못은 벽에 박는 거지 마음에 박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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