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결코 작지만은 않은 못이 박혀 있었음을 알게 된 건
그 못이 은근슬쩍 빠지고 나서였다.
정작 마음 한가운데에 못이 떡하니 박혀 있을 땐
도무지 나의 상태를 이해할 수가 없어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는데.
어느 순간 못이 빠지고
그 구멍은 마데카솔이라도 발라둔 것처럼
생각보다 금방 새살로 차올랐다.
못이 박혀있던 시간은 끝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길게 느껴졌었는데
그 흔적이 흐려지는 시간은 순식간이라니.
무작정 참아 보고, 기다리고, 버텨 보는 건 답이 아니었다.
그건 내 마음에 못 하나를 추가하는 것과 다를 것 없는 일이었다.
털어내고 버려냈다.
던져내고 빼냈다.
그렇게 애를 쓰는 동안 시간은 생각보다 부지런히 흘러갔고
어느새 새 살이 돋아나는 걸 느끼며 조금씩 아픔을 지워가고 있다.
못은 벽에 박는 거지 마음에 박는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