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내가 본 그날의 엄마 모습은 그랬다.
아빠의 마지막 날에 슬퍼하지 않는 엄마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검은색 상복만큼이나 무표정하게 모든 장례 절차에 임하던 엄마 모습이 어쩐지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차라리 눈물을 흘리거나 친척들 몰래 구석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으면 그런 마음이 안 들었을까, 아직 나 스스로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요양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던 아빠의 마지막 모습은 내가 알고 있던 모습과 많이 달랐다.
내 기억 속 아빠는 늘 검게 염색된 머리를 한, 건강하고 활동적이며 강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장례식이 치러지기 전 마지막으로 본 침대 위의 아빠는 죽음이 처연히 내려앉은, 불면 날아갈 듯 앙상한 백발의 노인이었다. 아빠인 걸 알지 못하고 봤다면 분명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저렇게 볼품없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떠날 걸 왜 그리 아득바득 괴롭고 괴롭히는 삶을 살았을까?'
그 순간의 나는 불현듯 솟아 나오려는, 하지만 결코 허락하고 싶지 않은, 눈물을 삼키며 생각했었다.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마친 아빠가 염을 하고 화장을 마친 뒤, 기계 속에서 먼지처럼 잘디 잘게 바스러져 뜨거운 항아리에 담겨 나왔다. 아빠 나름 치열하게 보냈던 수십 년의 시간은 너무도 짧은 시간에 허망한 한 줌의 재로 변했고, 아빠와 오랜 세월을 함께 해 온 엄마는 이 모든 과정을 담담하게 지켜보았다.
몇 년간 왕래 한 번 하지 않던 고모들이 통곡하며 슬픔을 드러내던 그 시간 동안, 엄마가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마음이었는지 물어본 적은 없다. 다만, 엄마가 그날 그저 홀가분한 마음은 아니었으리라 추측할 뿐이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간에는 내가 결코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얽혀 있을 테니.
알 수 없는 엄마의 표정을 보며 그날의 난 한 가지는 확신했던 것 같다. 이로써 엄마도 좀 더 자유롭게 '엄마의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
엄마를 바라보며 맘 한 구석이 불편했지만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아빠의 전부가 담겨 있는 자그마한 항아리를 마주하고 냉정해지기 위해 애쓰면서, 앞으로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엄마를 그려보며 마음을 다독였다.
장례식을 마친 후 짝꿍과 아이들과 함께 숙소 근처 바다를 보러 갔다. 그날따라 하늘도 바다도 온통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오래간만에 마주한 파도 소리는 힘차고 정겨웠지만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 모든 것들이 왠지 꿈결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은 모래밭에 발을 폭폭 담그며 밀려 나가고 들어오는 파도의 움직임을 쫓아다니느라 바쁘게 뛰어다녔고, 나와 짝꿍은 그 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한동안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오래간만에 바다 보니 좋네."
침묵을 깨뜨리며 짝꿍이 말했다.
"그러게. 좋네..."
"그동안 수고 많았어."
그즈음이었던 것 같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 순간이. 비 내리는 회색 빛 바다를 눈앞에서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수고했다'는 짝꿍의 말 때문이었는지 하늘과 바다의 빛깔 때문이었는지, 그도 아니면 소리 없이 바다 위로 내려앉는 비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울컥, 하고 눈물이 차올랐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귓가에 생생히 들리는 것 같았다. '공주야~'라고 술에 절어있지 않은 아빠가 나를 부르던 목소리가. 이제 두 번 다시는 듣지 못할 그 세 글자가.
그제야 나는 이제 더 이상 아빠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현실이, 내게 아빠를 용서할 기회 같은 건 주어지지 않으리라는 사실이 실감 났다. 그리고 아빠가 겪어온 모든 것들이, 어쩌면 생이, 참으로 허망하게 느껴졌다. 그러자 애써 삼키고 있던 눈물이 볼 위로 흘러내렸다. 긴 시간 함께 숨 쉬며 살아오다 먼저 생을 다한 아빠를 위해 흘린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 눈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