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 아픈 후임이 들어왔다. 이름은 B, 나와 동갑이다. 뚱뚱한 체격이고 음침하게 웃을 때 뭔가 섬뜩함이 느껴지는 녀석이다. 나와 우리 소대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불쾌함을 표현하거나 따돌림을 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우리도 잠깐 있다가 돌아가는 군대이니깐 서로 참으며 지내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녀석은 너무 특이했다. 벌레를 너무도 좋아해서 남는 시간이면 생활관 뒤편 숲에서 종일 시간을 보냈다. 많이들 키우는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우리도 조금 특이한 취미겠거니 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숲에서 이 녀석은 고목 밑을 파헤치고 낙엽 아래 쌓여있는 부엽토를 파헤쳐 왕지네와 바퀴벌레를 잡았다. 그리고 그것을 소중한 듯 주머니에 넣고 와 관물함에 있는 자신의 소중한 채집통에 넣어 기르는 것이다. 남들이 가장 징그러워하는 생물들을 모아 기르는 것처럼 말이다. 채집통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검은 산벌레들이 얼핏얼핏 보였을 때부터 점점 그 녀석은 인간인 우리와는 멀어지고 그 채집통에서 나온 커다란 벌레가 된 것 같았다.
일이 벌어진 건 더위가 최고조에 이른 여름이었다. 우리 소대는 부대 곳곳을 제초하고 있었다. 제초가 얼마간 진행되어 꽤 으슥한 곳에 자란 풀까지 제초를 진행했을 때 고라니의 사체를 발견했다. 그것도 꽤 부패가 진행되어 우리는 모두 쳐다보기도 꺼렸고 몇몇은 구역질을 했다. 시커먼 고라니의 썩은 살 속에 뼈인지 모를 하얀 것이 보였고, 그것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을 때 구더기란 것을 깨달았다. 나 역시 더는 쳐다보기도 싫어 고개를 돌렸다. 모두가 혐오스러운 짐승의 사체로부터 고개를 돌렸을 때 홀로 그것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B였다.
B는 제초가 끝나고 미적대며 늦게 숲에서 내려왔다. 다들 옷에 묻은 풀을 털어내고 깨끗하게 씻어내고 있었다. 방안엔 풀냄새가 나는 듯했고, 나는 너무 피곤해서 씻으러 가기 귀찮았다. 방에는 나와 B만 남아있었다.
“B야 너 설마 구더기 잡아 왔냐?”
“A 병장님도 보셨습니까? 귀엽지 않습니까? 통통한 게”
구역질이 날 것 같다. 그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소개하는 양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그냥 특이한 취향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괜히 일만 귀찮아지니깐. 요즘은 다양성의 시대니깐, 뭐든지 존중받을 수 있다. 남에게 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말이다. 나는 그의 물음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억지웃음만 짓고 있었다.
그날 밤이었다. B는 자신의 소중한 보물함을 청소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안에 있는 검고 하얀 벌레들을 잠시 가두어 놓을 곳이 필요했다. B는 다 먹은 컵라면 용기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B가 하나씩 그것들을 옮기다 그만 지네와 바퀴들이 쏟아져 나왔다. 생활관 바닥에 검은 벌레들이 마구 뛰어다녔고 같은 방을 쓰던 소대원들은 온갖 욕을 퍼부으며 소리를 질렀다. B는 도망간 벌레들을 잡으려 이리저리 쏘다니고 있었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 분명 선을 넘은 행위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취미는 존중을 받을 수 없다. 나는 보이는 벌레들을 하나씩 죽였다. 읽지 않는 진중문고들로 하나씩 터뜨려 죽었다. B는 허둥대며 나를 말리려 했다. 나는 이 이기적인 녀석이 벌레보다도 더 혐오스러웠다.
“벌레만도 못한 새끼”
나는 이성을 잃고 B를 때리고 말았다. 그날 후로 나는 며칠간 군기교육대를 갔고, B는 우울증에 걸린 것처럼 생활관에만 있었다고 한다. 교육 중 상담관과 만나 B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불우한 가정환경과 따돌림으로 인해 집에 늘 기어 다니던 벌레밖에 친구가 될 수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조금의 연민은 생겼지만 그래도 나의 철칙은 변하지 않는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취미는 존중받을 수 없다. 생활관에 돌아와 대충 사과를 하고 불편하게 지내기로 했다. B의 관물함에도 채집통은 없었다. 이제 몇 달간 조용히 있다가 떠나면 이 벌레 같은 녀석과도 작별이니 괜찮을 것이다.
어느 날 밤이었다. B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고통을 목구멍에서부터 꺼내는 소리 같았다. 우리는 황급히 불을 켰다. B는 머리를 부여잡고 경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자신의 얼굴과 귀를 연신 때려대는 B의 팔다리를 잡고 우리는 최대한 안심시키려고 했다. 그때였다. 검은 거미가 B의 귀에서 나왔다. 살아있는 거미가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빠르게 어둠을 찾아서 침대 밑으로 사라졌다. 여기저기서 욕설이 또 터져 나왔다. 이 녀석의 이불이 흩어졌고 더운 여름에도 방한 내피로 꽁꽁 싸맨 녀석의 모습이 드러났다. 직감적으로 이 녀석이 채집통을 버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 너 옷 벗어봐….”
B는 도망치려 했고 난 다시 팔과 다리를 잡았다. 방한 내피 지퍼를 열었을 때 숲에서 본 고라니 사체를 봤을 때와 같은 것을 보게 되었다. 시커먼 살갗 위로 구더기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벌레처럼 보이던 B가 고라니의 사체로 느껴지면서 다시 측은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겁에 잔뜩 질려있는 B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도망치고 싶다. 방금 자신의 귀에서 나온 거미처럼 반 뼘짜리 어둠에 몸을 숨기고 싶다. 나는 불을 끄고 생활관을 나섰다. 방문 안에는 다섯 평짜리 어둠이 깔리고, 집을 잃어버린 벌레만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