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린 Apr 06. 2022

불안과 평화의 역사

정확히 스무살때 부터 나의 사랑은 단 한순간도 평화로웠던 적이 없었다.

평화를 갈망했지만 평화는 늘 도망갔고, 평화가 나에게오면 늘 내가 도망갔다.

언제나 불안에 시들어가는 마음을 견뎌낼 재간이 없어 심장을 둘로 쪼개었다.




하루에도 열두 번 마음에 불안의 파도가 칠 때면 수시로 스스로에게 되뇐다.

"이것은 진짜가 아니야. 만들어 낸 상상일 뿐이야."


사실과 상상이 교묘하게 얽힌 생각 속에서 나는 오늘도 불안에 떤다. 유독 사랑에 있어 나의 마음은 유리와도 같다. 언제 깨질지 몰라 불안해하고 전전긍긍한다. 그런 스스로가 싫어 수도 없이 채찍질을 하곤 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무너져도 괜찮아. 솔직해도 괜찮아.' 이런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은 스스로의 연약함을   추락하기를 반복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했다. 목구멍 끝까지 차오르는 말들을 집어삼키며 나는  같은 절벽에서 떨어지고 탄생하기를 반복했다.  지겨운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반복, 다시 반복. 위태로운  속의  줌의 평화가 모순적이게도 두렵게만 느껴졌다.


언제였던가 다시금 나를 괴롭히는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을 쳤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물속에서 한참을 허우적거리다  깊은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곤 했다. 나는 누군가의 마음이 무섭다기보다는 나의 마음이 서웠다. 언제 그랬냐는  칼같이 마음을 조각낸  상처받지 않기 위해 먼저 도망칠 스스로가 무서웠다.


"과연 사랑이란 것은 존재하는 것인가."

"영원한 마음이란 무엇인가."


가끔 견디기 힘들어질 때면 시도 때도 없이 마음에 난도질을 했다. 나의 욕심이, 나의 불안이 나를 죽이고 괜찮다는 말로 위로한다. 나는 사라지고 싶지 않았다. 칼날을 빼어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엔가 아주 낯선 계절을 보았다.

평화, 안정. 내가 그토록 갈망하는 것을 손에 넣고자 무던히도 애쓰던 날들에 누군가의 위로가 살포시 내려앉는다. 습관처럼 고개를 드는 불안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


'아직은 아니야.'

'이번엔 아니야.'

'이제는 아니야.'

'제발'이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했다.


추락하고 짓밟히는 마음의 반복. 이것은 마치 사슬과도 같다. 어딘가에 꼭꼭 숨어 얼굴을 내밀지 않는 마음을 꺼내어 저 멀리 던져버리면 괜찮아질까 싶었다.


여전히 나의 생은,

불안과 평화의 역사반복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