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은 무엇을 위해 투쟁하고 있나요?"
오늘도 사랑은 아득히 멀게만 느껴진다. 손끝에 닿을 듯하지만, 찰나의 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다가왔다가 스르르 멀어지는 그 짧은 순간들 속에서 나는 늘 홀로 남는다. 어쩌면 내 마음이 사랑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사랑이 내 앞에 와도 그 감정을 온전히 느끼기 어렵다. 내 안의 무엇이 자꾸 사랑을 밀어내는 걸까. 혹시, 스스로 두려워하는 것일까?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타인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는 벽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떠나가는 사랑을 바라보며 던지는 질문들.
삶에 대한 사랑조차 여전히 내 안에는 짙은 물음표로 남아 있다.
한때는 모든 것이 내 것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세상은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무대처럼 보였고, 사랑도 내 것인 양 당연하게 여겨졌다. 두려울 것이 없었던 시절, 세상은 내 것이었고, 내게 닿는 모든 감정들이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모든 것은 천천히, 그러면서도 한순간에 무너졌다. 세상의 무대 위에서 나를 주인공이라 생각했던 내가 무너졌을 때, 사랑도 함께 사라졌다.
사랑, 인정, 그리고 사랑.
단 한 번이라도 온전히 나의 것이었던 순간이 있었을까.
그것이 사랑이었을까.
그토록 갈망하던 사랑을 왜 거부했을까? 그 질문이 깊숙이 나를 찔렀다. 내 안의 공허함을 마주하지 않는 한, 어떤 사랑도 내게 닿을 수 없음을. 두려웠던 것은 사랑이 아니라, 그 사랑이 내 안의 상처를 들춰낼까봐였다. 사랑은 나를 투명하게 만들었고, 숨기고 싶었던 결핍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사랑이 거울처럼 나를 비출 때마다 나는 떨었다. 그 거울 속 일그러져 보이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마치 허기진 사람처럼 사랑이라 불리던 무언가를 채워야만 했다. 그렇게 해야 나 자신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사랑이라는 밥이 내 존재를 유지시켜주는 유일한 것처럼. 하지만 그 빈자리를 아무리 채워도 채워도 허기는 여전했다. 사랑은 나를 채우는 대신, 그 허기와 맞닥뜨리게 했다. 내가 진정으로 두려워했던 것은 사랑이 아니라, 그 사랑이 비추는 나 자신이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불안이 나를 덮쳤다. 낮에는 사람들 속에서 잠시 잊을 수 있었지만, 밤이 오면 모든 것이 또렷해졌다. 질문들이 고요 속에서 선명해졌다. 왜 나는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왜 자꾸 멀어져만 갈까? 그 답을 찾지 못한 채 뒤척이며 밤을 보냈다. 질문은 내 마음속에 깊이 박힌 가시처럼 아팠다. 피해 다니려 했지만 결국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만큼 지독히도 나를 따라다녀 피할 수 없었다.
나를 구원해주리라 믿었던 세상의 사랑이 결국 나를 가장 나약하게 만들고 있었다. 참 아이러니 하게도 나를 구원해줄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그 사랑이 내 안의 모든 상처를 드러낼까 두려워 도망쳤다. 이 투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헤르만 헤세는 말했다. “신은 우리를 외롭게 만들어 결국 우리 자신에게로 이끈다.” 외로움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에게로 향하게 하는 힘이다. 내가 두려워했던 것은 사랑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랑이 비추는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음이 외로움을 더 깊고 아프게 만들었다. 스스로를 향한 미움이 사랑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 미움은 교만과 오만으로, 때로는 시기로 변했다. 나는 거울 속에 비친 못난 나를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연약함과 불안을 그토록 숨기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깊은 밤의 고독은 내 모든 결핍을 낱낱이 드러냈다.
묻고 또 묻고, 도망치고 또 도망치며, 삶은 계속해서 나를 파괴했다. 내 안에서 스스로를 거부하는 목소리와 끊임없이 싸웠다. 여전히 그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그 속에서 조금씩 깨닫는다. 사랑은 타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삶을 사랑하고 싶었다. 세상을 사랑하고 싶었다. 사람을 사랑하고 싶었다. 그런데 왜 그토록 어려울까?
사랑이란 질문은 나를 부수고, 다시 세워 나가는 고통의 과정이었다. 내 안에 숨겨진 상처들을 헤집으며 답을 찾으려 애썼고, 그 과정에서 끝없이 무너졌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나를 사랑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문득 울음이 터졌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토록 나를 무너뜨릴 줄은 몰랐다. 오랫동안 부정하려 했던 상처들이 눈앞에 선명하게 드러났을 때, 그 모든 것이 얼마나 나를 짓눌러 왔는지 깨달았다. 그 고독과 외로움은 사실은 나 자신과의 치열한 투쟁이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답을 구하고 싶었지만, 그 답을 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왜’와 ‘어떻게’라는 물음표가 있어야 ‘아!’ 하고 무릎을 치는 느낌표가 생긴다.”
아, 나의 물음이 마침내 느낌표에 도달하기까지. 이 사랑이 나를 넘어서고, 더 멀리 퍼질 때까지. 나는 알아차림의 여정을 걸어가고 있다.
사랑이란 씨앗은 질문 속에서 자란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다. 그 물음표는 마침내 나를 향한 용서와 수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결국 사랑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내가 나를 온전히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의 사랑도 내 안에 들어올 수 없고, 그 누구의 사랑도 내게 닿을 수 없다.
이 단순한 진리를 알기까지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언제나 고통을 동반한다.지금 나는 여전히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에 서 있다. 그 길은 길고, 가혹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길 끝에는 반드시 꽃이 피어날 것을 알고 있다. 지금의 고통과 투쟁이 그 꽃을 피우기 위한 과정임을 안다.
나는 묻는다. 그리고 비로소 본다.
그렇게 질문의 투쟁 속에서 다시 사랑으로 태어난다.
*오늘이 질문
당신은 삶에서 무언가를 위해 치열하게 투쟁했던 기억이 있나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