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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Oct 04. 2018

내 청춘과의 결별

나를 찾기 위해 떠났던.

나에게 청춘은 어떤 의미일까? 흔들리고 아프고 고민하고 무언가를 이루기에는 어려운, 매일 아침이면 익숙하게 들려오는 알람 소리와,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섞여 내가 누구인지 잃어가는 것. 이것이 내가 내린 청춘의 정의였다. 결코 푸르지 않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 청춘은 곧 현실이었다. 물음표보다는 마침표가 많아지는 시기였다. 질문이 없는 청춘은 더 이상 청춘이 아니었다. 나에게 ‘왜, ‘무엇을, ‘어떻게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그저 사치에 불과했다. 이런 청춘과의 결별이 필요했다. 청춘과의 헤어짐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모두들 나에게 부질없는 짓이라 했다. 하지만 나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이라는 말을 믿었다. 지금 내가 하는 모든 질문들이 당장은 쓸모없어 보여도 언젠가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인간의 일생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 다다르기 위한 여정, 그러니 길을 찾아내려는 실험이며 그러한 오솔길의 암시이다.”


내가 걸어갈 길,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물음을 하기로 했다. 이것이 내가 여행을 떠난 이유였다. 대단한 삶의 진리를 배우기 위함이 아니라, 나에 대한 질문을 하기 위함이었다. 마침표에서 물음표로 변해가는 과정. 여행은 고단한 내 청춘과의 결별이 시작됨과 동시에 찬란한 청춘과의 만남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눈송이가 내리는 12월. 한국을 떠날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하루 종일 설렘으로 들떴다가도 잘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순간순간 포기하고 싶어 질 때도 있다. 나름 겁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도 여전히 처음 가는 곳에 대한 두려움과 떨림은 늘 공존할 수밖에 없나보다. 여전히 나의 청춘은 흔들리고 방황한다. 아마도 비행기에 올라타야 '아, 떠나는구나'하고 실감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가슴의 두근거림이 유난히 크게 바깥으로 새어 나오는 것 같다. 이런저런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우주공간을 떠다닌다. 머리보다는 가슴이 이끄는 대로 해볼까 한다.


왜냐하면 나에게 여행은 그 자체로 두려움이었고, 동시에 설렘이기도 했으니까.






'난 무엇을 위해 떠나고 싶은 걸까?' 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나에 대해, 너에 대해 깊이 알아가기 위해, 그리고 조금 더 풍성하고 아름답게 살기 위해 떠난다.


'우리의 인생은 때로 예기치 못한 순간에 반짝임을 마주한다'는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매 순간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만나고, 많이 감사하는것.

지금 순간에 충실하듯 앞으로 만날 모든 순간에도 충실할 수 있기를 바란다.  


‘푸를 청靑 봄 춘春’ 조금은 불안하고 약하고, 어딘가 덜 익은 나의 청춘.

쌀쌀한 바람이 부는 12월의 끝자락에 푸른 봄날의 靑春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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