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수를 핑계로 이렇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
이건 내 스마트폰 자판 이야기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판보다 느린,
내 마음의 이야기다.
내 손가락은 늘 마음보다 바빴다.
생각이 채 가라앉기도 전,
감정이 채 정리되기도 전에
문장을 완성하고,
문장은 성급하게 전송된다.
띄어쓰기나 마침표를 찍을 때마다
가끔이라기에는 너무 자주
아주 우연처럼,
작은 ‘♡’ 하나가 따라간다.
물론 나는 말한다.
“아, 어떡해. 오타였어.”
그건, 진심이 아니었다고….
그건, 실수였다고….
그건, 의미 없었다고….
하지만 정말 아무 의미가 없었을까?
‘♡’는 분명 오타였다.
하지만,
그 오타가 담고 있던 건,
실은 내 마음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말하지 못한 마음,
감히 꺼내기엔 너무 여린 감정 하나.
열네 살,
담임 선생님의 칠판 글씨에
괜히 두근거리던 그 시절.
아무것도 몰랐지만,
이상하게 하루 종일 설레던—
교무실 앞 복도.
그때 나는 처음
사랑을 몰래 품는 법을 배웠다.
스물둘,
온몸이 떨리도록 사랑했고,
그만큼 서툴게 무너져 버렸다.
가슴이 쪼개질 것 같았던 밤들,
그 속에서도
‘♡’의 한 조각은 지워지지 않았다.
서른 즈음,
눈을 맞추고,
이름을 불러주는 찰나의 순간들,
말보다 눈빛이 먼저 다가가는
계산되지 않은 시간 속의 ‘♡’는
연인이 아니라 자식을 향했다.
하지만
지금의 사랑은 조금 다르다.
나는 여전히,
자판을 누르다 ‘♡’를 찍는다.
소란스럽지 않고,
뜨겁지도 않지만
그 대신 온기가 길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곁에 있어 주는 사람.
혹시, 진심이 들킬까
그 앞에서는 오타마저 조심스럽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잘 지내?’도,
‘고마워.’도 아닌,
그저 ‘사랑해.’였던 건 아닐까.
하지만 그건,
너무 많은 것을 건드리는 말이기에,
나는 그저 여전히
'♡' 하나를 실수인 척 보내고 만다.
사랑을 말하기엔 너무 많이 다쳤던
그 많은 시간은
아픈 기억을 조심스러워하고
'♡' 하나 앞에서도 머뭇거린다.
그래서 오늘도,
오타 하나에 마음을 실어
보내지 못할 말 대신 찍혀버린
‘♡’ 하나로 사랑을 말한다.
그렇게 나는,
하나의 오타로 또 하루를 살아낸다.
아니—
오늘을, 사랑으로 만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