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홈PD Sep 13. 2023

길고 짧은 건 대봐야 3분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라이브커머스 이야기 (2)

제가 어렸을 때 ‘3분 카레’ 같은 즉석식품이 TV CF에 선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이야 놀라울 일이 전혀 아니지만 그 당시 어른들이 ‘세상 참 빨라졌다’며 흥미로워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절 3분 스피드를 자랑한 것은 그것뿐이 아니었습니다. ‘끓는 물에 3분이면 끝’이라고 광고하던 컵라면은 즉석식품의 대명사였습니다. 아마도 ‘3분’이라는 시간 속에 담겨있는 속도감은 그 시절 즉석 상품 덕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첨단화가 가속되면서 3분은 더 이상 빠른 시간을 상징하기 어렵게 된 것 같습니다. 예전에야 3분이라는 시간동안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3분 동안 줄잡아 3개 이상의 짧은 콘텐츠를 섭렵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빠른 콘텐츠 소비 성향은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운영하는 PD입장에서는 매우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고객들은 들어와서 쓱 보고는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더 볼지 말지 결정을 한 뒤, 아니다 싶으면 나가버리기 때문입니다. 상품의 장점 정도는 설명을 들어보고 판단을 했으면 좋겠는데 딱 봐서 끌리지 않으면 야속하게도 더 이상 시청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고객들이 라이브커머스 콘텐츠에 머무는 평균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보통 90초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모플랫폼에 송출됐던 방송을 가지고 데이터를 뽑아보니 1분을 겨우 넘기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알려진 시간보다 더 적은 것이, 어쩌면 고객의 시청시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시청시간이 점차 줄어든다고 해서 PD와 호스트가 고객의 시선을 붙잡아야 한다는 과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시청시간이 늘어날 때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모바일 라이브의 운영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객의 시청시간은 어떤 식으로 늘릴 수 있을까요?


명확한 정답을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크게 세 가지 정도를 제안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차별화될 수 있는 방송 콘셉트를 잡아야 합니다.     


고객들은 대부분 알림 설정을 보고 들어오기 때문에 무엇을 파는 방송인지 알고 시청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때 만일 뻔한 상품 디스플레이에 뻔한 진행자의 인사로 시작이 되면 아마 가격 혜택 정도만 확인하고 나갈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방송의 콘셉트가 평소와 다르다면 진행자의 의상이나 상품 진열도 평소와 같지 않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고객들은 새롭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고객들은 다른 때보다 분명히 좀 더 시청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무조건 남들과 다른 방송을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상품과 연관성이 있는 콘셉트를 잡아야 참신함을 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새로움만을 추구하면 억지스럽게 느껴지기 쉽고 그런 경우 상품의 매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고객과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소통을 해야 합니다.     


라이브커머스는 TV홈쇼핑보다 훨씬 채팅을 통한 고객과의 소통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이는 진행자와 고객 간의 활발한 소통이 라이브커머스의 필수요소임을 뜻합니다.     


호스트가 적극적으로 고객들 아이디를 불러주고 대화하듯이 방송진행을 하는 경우, 이름이 불린 고객은 방송이 끝날 때까지 채팅을 하며 함께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야말로 ‘호스트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방송 운영진의 일원이 되는’ 느낌을 받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련한 진행자는 평범한 고객의 채팅이라도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고 붙잡아 라이브 속으로 끌어들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셋째, 상품의 특장점을 비주얼화 시켜야 합니다.     


해당 상품의 특징을 보여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PD는 어떻게 해서든 비주얼화시키는데 집중을 해야 합니다. 의류의 통기성이 좋다는 점을 호스트가 말로 할 수도 있겠지만 드라이아이스가 옷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 몇 배 더 효과가 좋을 것입니다.     


흔히 Before & After시연이라고 불리는 전후 비교 시연이나 가볍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저울 시연도 자주 사용되는 시연 방법입니다. 특징을 눈으로 보여주기 어려운 상품이라면 그래픽을 통해서 표현하는 것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서는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어떤 화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3분을 기다리기 힘들 정도로 콘텐츠가 쏟아지는 다양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은 축복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빨리’와 ‘천천히’의 기준이 줄어들면서 기다림에 인색해지는 현상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기다려야 할 때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하게 일을 처리하다 그르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요.     


끓는 물을 붓고 기다리는 3분 동안은 허리도 펴보고 고개를 들어 창밖도 바라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그 때문인 듯합니다.     


물론 3분도 기다려주지 않는 고객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한 노력은 오늘도 계속 기울여야겠지만요.   

이전 01화 세 가지 질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