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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PD Oct 04. 2023

풍경이 있는 화면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라이브커머스 이야기 (5)

골목을 걷다가 우연찮게 예쁜 샵을 발견하신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럴 때는 관심이 없는 물건을 파는 상점이라 할지라도 일단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쇼윈도 안쪽에 진열된 아이템들을 바라보게 되죠.


아름다움을 좇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에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아름다움을 느끼게 만들었을까라고 묻는다면 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질문이 될 수 있습니다.


간판의 글씨체가 귀여워서였을 수도 있고, 디스플레이가 세련되어서였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내부를 비추고 있는 조명 빛이 로맨틱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이런 비주얼적인 요소들이 지나가는 이의 시선을 붙잡는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오프라인의 골목길뿐 아니라 온라인 방송에도 비슷하게 적용이 됩니다. 우연찮게 방송에 들어왔다가 세트나 디스플레이가 예사롭지 않아서 시청을 하게 되는 경우도 제법 있으니까요.




라이브커머스의 주요 비주얼 요소라고 한다면 크게 그래픽(자막/배너), 세트, 디스플레이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V홈쇼핑의 경우도 비슷하지만 라이브커머스와는 아무래도 규모면에서 차이가 납니다. TV가 백화점이나 마트라고 한다면 라이브커머스는 팬시샵 정도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러나 규모가 작다고 해서 비주얼적인 요소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더욱 전략적이어야 합니다.


골목길의 미니 샵이 화려한 간판으로 고객을 끌어모을 수는 없지만,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디스플레이로 시선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라이브커머스의 비주얼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면 좋을까요.


전문 디자이너의 의견은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PD로서 크게 3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비주얼의 일관성입니다.


고객이 모바일로 방송을 시청할 때 눈에 들어오는 화면의 크기는 기껏해야 손바닥정도의 스마트폰 액정입니다. 이는 세세한 컬러나 화면의 움직임으로 고객에게 어필하기 힘들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판매하고 있는 상품의 구성이 많기라도 한 때에는 상품의 속성을 파악하는데만 해도 시간이 꽤 걸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객에게 1초라도 빨리 노출되는 상품의 속성을 알게 하려면, 조명이나 제품 디스플레이, 전면 배너 등이 일관성 있게 보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여름을 겨냥한 탄산음료를 판매한다고 할 때, 해변을 연상시킬 수 있는 소품을 제품과 함께 디스플레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비주얼의 일관성이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호스트가 바캉스 의상을 입고 여름휴가 그림을 삽입한 배너를 제작한 후, 스튜디오에 여름 바다를 연상시킬 수 있는 푸른색 조명을 비추는 것까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일관성 있는 화면이 연출되어야 고객이 언제 모바일로 들어오더라도 판매 상품의 속성을 빨리 알아차릴 수 있고, 시청시간도 늘어나게 됩니다.



둘째, 비주얼의 지속성입니다.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준비할 때 한 번만 방송하고 말겠다는 업체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누구나 계속 매출이 잘 나와서 오래 방송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매출이라는 것이 늘 잘 나오는 것은 아니기에, 판매가 적게 이루어졌을 때는 전략을 전부 수정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럴 때 비주얼전략까지 수정하는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품을 여러 플랫폼에 꾸준히 노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 브랜드와 상품의 홍보 측면에서 고집스럽게 밀어붙여야 할 비주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브랜드의 콘셉트가 묻어나는 소품과 세트, 브랜드의 컬러가 드러나는 조명을 드리우고 브랜드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모델을 활용하는 식입니다.


매 방송 동일한 소품과 (이미지가 유사한) 모델을 반복해서 활용하고 세트나 조명의 분위기도 늘 같게 사용합니다.


보통 패션처럼 브랜드가 중요한 카테고리의 업체들이 이런 전략을 사용하곤 합니다.


물론 늘 같은 패턴이 반복되니까 지루하기도 하고, 식상한 느낌이 드는 탓에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은 욕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전략의 밑바탕에는 생소하고 어색하게 보여도 자꾸 보다 보면 친숙해진다는 심리법칙이 깔려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에어팟도 처음에는 디자인이 이상하다는 평가가 많았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셋째, 비주얼의 강조입니다.


세일이라는 말을 떠올려보면 누구나 연상되는 비주얼이 있을 것입니다. 빨간색으로 쓰인 고딕체의 'SALE'이라는 이미지 말이죠.


이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SALE에 대한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킨 비주얼의 대표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TV홈쇼핑이나 라이브커머스에서 세일 방송을 할 때도 그렇게 각인된 비주얼의 바운더리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실 방송을 하다 보면 중요한 것은 새로운 디자인이 아니라 특정 콘셉트의 확실한 강조라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연말에 최다 판매 상품을 소개하는 방송을 기획할 때, 연말 방송사 시상식을 연상시킬 수 있는 세트와 의상, 배너를 제작한다면 누구라도 쉽게 지금 하는 방송이 연말 결산 특집 같은 것이겠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평상시와는 다른 콘셉트의 방송이어야 할 때는 보통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확실히 주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제작비를 많이 써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라이브커머스는 소규모 방송이므로 미스코리아처럼 기다란 띠만 몸에 두르고 진행을 해도 특집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 방송이 특별하다는 것을 어떻게든 명확히 표현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외국의 여행지를 걷다 보면 엽서에 나올 것 같은 카페를 마주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지는 않더라도 사진은 찍습니다. 풍경으로 인식하는 것이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풍경이라는 것이 의자 하나, 테이블 하나가 따로따로 전해주는 느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낡았지만 정감이 가는 의자와 테이블, 따스한 느낌의 나무 바닥, 그 위를 감싸주는 차양막,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오늘의 메뉴를 손으로 직접 적어 넣은 칠판...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풍경이 되는 것 아닐까요.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가 라이브커머스에서 추구해야 할 비주얼 전략도 궁극적으로는 풍경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풍경이 있는 화면을 고민하고 추구하는 것이 PD의 숙명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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