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라이브커머스 이야기 (8)
"구매하신 분들 댓글창에 구매 인증 번호 남겨주시면 방송 중 추첨해서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보다 보면 이런 구매인증 이벤트가 진행되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제품을 구매하고 실시간 추첨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구매한 사람들에게 복권 한 장씩 지급되는 것으로 비유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고객들의 관심이 많은 상품이 이런 이벤트와 맞물리면 댓글창에 그야말로 불이 납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이벤트는 TV홈쇼핑에서 따라 하기 힘든 이벤트입니다. 댓글창에 올라오는 문구를 보며 호스트가 실시간으로 추첨하는 포맷은 아무래도 모바일에 특화된 까닭입니다.
그러나 저는 단순히 모바일에 특화됐다는 이유만으로 구매인증 이벤트를 권하지는 않습니다. 얼핏 보면 그저 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 이벤트는 때때로 신비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전략회의를 할 때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어떤 이벤트(프로모션)를 할까에 대한 논의를 자주 하게 됩니다.
이벤트 종류에는 물론 여러 가지가 존재합니다. 전고객 사은품 증정 이벤트도 있고 구매왕 추첨도 있습니다. 퀴즈를 내고 그것을 맞추는 이벤트도 있고 앞서 말씀드린 구매인증 이벤트도 있습니다.
모두 단순히 선물을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닌, 고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나아가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고안된 이벤트들입니다.
저마다 선호하는 포맷이 있겠지만, 제가 구매인증 이벤트가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에서 비롯됩니다.
라이브커머스에서 댓글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생방송에 입장했을 때 이미 댓글창에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으면 방송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매우 많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게 됩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매장을 방문할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매장을 보면 누구라도 안에서 팔고 있는 상품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게 마련이죠.
내용을 떠나 댓글창에 올라오는 많은 글들은 흥성스러운 느낌을 주기 충분하고, 그것이 더욱 많은 고객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문 번호와 함께 구매 인증을 한다는 것은 '내가 이 상품을 샀다'는 증명이 됩니다. 굳이 지금 많은 분들이 주문을 하고 있다고 외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구매를 하는 게 이득인가 보군'이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입니다. 즉 구매하는 집단에 동참을 하기 쉬워진다는 것이죠.
잘못된 구매에 대한 불안을 감소시키는 효과 하나만으로도 의미 있는 이벤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식기세척기를 방송할 때였습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구매 인증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고 감사하게도 적지 않은 고객이 구매인증을 해주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주문번호와 함께 구매 이유를 적어달라고 요청한 것이었죠.
그때 떠듬떠듬 올라오는 한 고객의 구매인증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자신은 조그마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합숙을 하며 고생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설거지라도 힘들지 않게 식기세척기를 놓아주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여기저기 오타가 섞인 글이었지만 그 속에는 직원들을 보살피는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들어있었습니다. 이분께 사은품을 드리는 게 어떨까 하고 호스트에게 제안하려 할 때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구매 인증 사은품(미니 인덕션)을 타기 위해 댓글을 쓰던 사람들이 저마다 저분께 사은품을 드리라고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타인의 행복을 위한 제품 구매 사연이 여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죠.
심지어 그 사장님을 응원하는 글들도 올라오면서 방송 분위기가 끝까지 훈훈하게 이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커머스 방송을 할 때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이 판매자와 구매자의 구도 아닌가 합니다.
무작정 '오늘 조건이 좋으니까 사세요'만 반복을 하면 고객들은 오히려 멈칫할 수 있습니다.
매장을 방문했을 때도 직원이 너무 물건을 판매하려는 티가 나면 나를 호구로 보는 건가 싶은 거부감이 생기지 않던가요.
그런데 구매자의 스토리가 들어가면 묘하게도 제품이 아니라 누군가의 행복이나 편안함을 사는 것으로 치환되곤 합니다. 그때부터 가격은 나중 문제가 됩니다.
가치를 판매하라는 말은 마케팅 교과서에나 나오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러한 일들을 겪어보니 신기하게도 그 말이 허언이 아닌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쯤 그 외국인 근로자들은 사은품으로 받은 인덕션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 식기세척기에게 설거지를 시켜놓은 뒤 휴식을 취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가전제품이 주는 휴식이라기보다는 마음 따뜻한 사장님이 선사한 휴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날의 구매인증 이벤트는 사랑을 실어주는 메신저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