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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PD Oct 19. 2023

베이글과 팬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라이브커머스 이야기 (9)

저희 집 근처에는 유명한 빵집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있는 것 같다'라고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는 것이, 저는 잘 모르는 브랜드의 빵집이기 때문입니다.


베이글이 주 메뉴인 것 같은 그 집에는 매일 아침 빵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아침 가게 앞에 늘어서있는 사람들을 보면 묘한 느낌이 듭니다.


처음에는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저렇게 줄을 설까 싶었지만 차츰 저 사람들은 어디에서 몇 시쯤 와서 줄을 서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요즘은 아무런 홍보를 하지 않아도 빵을 사기 위해 기다려주는 손님들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아마도 라이브커머스에서 바라는 이상적인 상황이 연상되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판매업자들이 라이브커머스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호되게 당하곤 합니다.

뜨는 비즈니스라고 하니까, 누가 모바일 라이브로 얼마를 벌었다더라 하는 얘기가 들리니까 희망을 안고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사전 마케팅에 어느 정도 비용을 투자할 수 있는 큰 규모의 업체가 아니고서는 열에 아홉은 실패를 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내가 판매하는 상품을 봐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TV홈쇼핑과는 달리 라이브커머스는 플랫폼에서 방송만 송출된다고 사람들이 알아서 시청을 해주지 않습니다.


모바일 방송의 시청자는 뭘 볼까 하면서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는 TV시청자와는 다릅니다. 그들은 주로 자신이 관심이 있거나 사고 싶은 상품의 방송만 찾아서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업체일수록 팬덤을 형성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다시 말하면 팬덤을 형성한 다음 라이브 방송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부분을 간과하고 그냥 방송을 하게 되면 백이면 아흔아홉은 실패의 쓴 맛을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팬덤을 형성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라이브커머스에 익숙한 업체들은 자신들의 홈페이지나 SNS 계정을 통해 고객들을 확보하고 관리합니다.

커뮤니티를 형성해 고객들과 업체 간의 소통에 매우 신경을 씁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팬덤을 바탕으로 언제 어디서 좋은 조건으로 방송을 하니까 그때 보시라고 홍보를 하는 겁니다. 그러면 그 고객들 중 상당수가 알림 설정을 해놓은 다음 방송을 시청하고 물건을 구매하게 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웹페이지가 있다면 거기에 우리 상품을 찜해놓거나 관심등록을 해놓은 고객들이 얼마나 있는지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숫자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 고객들을 타깃으로 방송을 하게 될 경우 좋은 매출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러한 고객이 별로 없다면 현시점에서 방송을 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연예인이 팬미팅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오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여기저기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팬클럽의 회원들이 늘어났을 때 팬미팅을 해야 함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결국 핵심은 내 상품, 내 브랜드를 원하는 고객들이 많이 있느냐, 없으면 어떻게 그런 고객들을 늘릴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저도 앞서 말씀드린 빵집의 베이글을 맛본 적이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훌륭한 베이글이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맛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도 저와 비슷하게 느끼신 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 베이글은 모두가 좋아한다기보다는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보입니다.

즉 팬덤을 가지고 있는 빵집인 것이죠.


요즘처럼 개인의 취향이 마이크로 단위로 쪼개지는 시대에 팬덤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매일 아침 줄을 늘어서는 사람들의 정성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어쩌면 그 빵집은 매일 아침 베이글쇼 방송을 하는 느낌인지도 모르겠네요. 그 쇼를 시청하고 소비하려는 사람들이 아침마다 문 앞에서 기다려 준다는 것은 주인 입장에서 보면 매일의 기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그 무엇을 좋아해 주고 찾아와 주는 사람이 늘 있다는 것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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