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찰나, 귀여운 것들
미간에 찌푸려져 있던 내 천(川) 자가 천천히 펴진다. 무뚝뚝하게 닫혀있던 입이 살짝 열리며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느껴진다. 아기나 동물 등 귀여운 것들을 볼 때 사람들의 표정이다.
집에 아기가 태어나면 그 집안에는 행복이 가득해 다른 사람 눈에도 보일 정도이다. 엄마의 눈빛, 아빠의 행동, 할아버지 할머니 역시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가족들의 모든 핸드폰 배경이 아기사진이다. 수시로 확인하는 배경화면의 아기사진만 봐도 웃음이 나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대화의 대부분도 아기가 주제가 된다. 오늘은 뒤집기를 했는지, 걸음마를 했는지, 몇 개의 단어를 말했는지 말이다. 아이가 크면 예전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을 찾아보며 미소 짓기도 한다.
'나만 없어 강아지(혹은 고양이)' 멘트의 주인공이었을지라도 요즘은 영상을 통해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물들의 계정이 많아지고, 많은 팔로워도 가진다. 매일 업로드되는 영상을 보며 그 동물에게 익숙함과 사랑스러움을 느낀다. 디지털이 발달해 감에 따라 AI로 만든 동물 영상의 수도 나날이 늘어간다. 동물들이 직접 옷을 꺼내 입거나 요리를 하는 영상,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 감각 쾌감 반응)의 속삭이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의 영상이 제작된다. 역시나 많은 조회수를 가진다. 강아지, 고양이뿐 아니라 쿼카, 해달, 카피바라 등 귀여운 동물들이 많은 사랑을 받는다.
귀여운 것을 보면 사랑스럽고, 행복한 표정이 지어지는 것은 왜일까.
진화적 본능
독일의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가 1940년대에 처음 제안한 유아 도식(Baby Schema/ 인간이 ‘귀엽다’고 느끼는 얼굴이나 몸의 특징 패턴을 의미하는 심리학·진화심리학 개념)때문이다. 몸에 비해 커다란 머리, 동그란 눈, 짧은 팔과 다리 등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이미지에서 보호본능을 느끼고, 보호하고 싶은 감정을 느낀다.
뇌의 시스템 활성화
귀여운 것을 보면 뇌에서 도파민, 옥시토신 같은 행복과 관련된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것은 사랑, 신뢰, 유대감과도 관련이 있어 심리적 안정과 기분 좋은 감정을 유발한다. 특히 도파민은 보상과 쾌감을 느끼게 해 줘서, 귀여운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스트레스 완화
귀여운 이미지는 뇌에서 위협이 없다고 인식되어, 긴장을 풀고 스트레스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실험에서도 귀여운 강아지나 아기 사진을 본 사람들은 집중력이 높아지고, 긴장이 완화된다는 결과도 있다.
사회적 연결감
귀여움을 느낄 때 사람은 자연스럽게 부드러운 표정, 상냥한 태도, 따뜻한 말투를 쓰게 된다.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아이에게 말을 걸 때 우리의 목소리나 행동이 바뀌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귀여운 것을 볼 때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미소, 느릿하게 풀리는 긴장,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따뜻함은 단순히 느껴지는 기분이 아니다. 그것은 곧 행복의 찰나이다.
작고 사랑스러운 것들—아기, 동물, 서툰 몸짓, 동그란 물건 하나에도 우리는 마음의 문을 열고, 연결되고, 위로받기도 한다. 귀여움은 그 자체로 우리의 일상 속 작은 행복이며, 사랑을 배우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사소한 귀여움에 마음을 열어보자. 그 속에 우리가 놓치고 지나가는 행복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