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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 끝과 시작에 서서 (1)

by 김경애 Mar 13. 2025


부산역, 끝과 시작에 서서

부산역에 내려 지하철 안내 방송을 들으며 기차 출발까지 아직 20분이 남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가용으로는 30분이면 도착할 거리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이나 걸린다. 요즘 대중교통 앱을 통해 예상 시간을 확인할 수 있지만, 언제나 예기치 못한 교통 상황이 나를 조급하게 만든다. 지하철역에서는 기차를 놓칠까 봐 걱정하며 아침 일찍 준비했음에도 촉박하게 움직이게 된 자신이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여유롭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지하철역에서 부산역 광장으로 가는 길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역 광장으로 올라가는 길,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올라가는 길, 그리고 지하차도를 통해 바로 역으로 가는 길이다. 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기로 했다. 올라갈수록 부산역이 점점 더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역 광장 오른쪽에는 ‘코리아둘레길 남파랑길’ 안내도가 보였다. 지난주 친구들과 이곳에서 남파랑길 2코스를 시작하며 웃음 가득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추억의 시간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부산역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여정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이 역은 출발점이자 동시에 종착점이다.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서로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나누는 이들,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이들의 모습에서 각자의 이야기가 느껴졌다. 나 역시 지난주, 서울로 떠나는 아이를 배웅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기차가 떠날 때까지 플랫폼에 서서, 기차 창에 머리를 기대어 있는 아이와의 이별을 아쉬워했던 그 짠한 마음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 나는 큰 배낭을 메고 부산역에 서 있다. 이 순간만큼은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으로 떠나는 시간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기차역은 참 묘한 곳이다. 내가 어떤 상황에 있느냐에 따라, 그 순간의 마음 상태와 생각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은 달라진다. 기차역은 때로 설렘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아쉬운 이별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기차역이 누군가의 시작이자, 종착점이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2025년 아웃도어 브랜드의 셰르파로 재위촉되었고, 발대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에 서 있다. 2022년부터 이 브랜드의 셰르파로 활동하며 명산 도전을 돕고 있다. 오늘은 그 성과를 이어가기 위한 출발점에 서 있다. 기차를 기다리며 그동안의 시간을 잠시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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