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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예지 Dec 24. 2020

한상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자

letter 4. 엄마가 우리에게 보낸 편지

@최명순


사랑하는 아들 딸

들아 엄마가 잠안자고

반찬 해보내는 마음

힘나게 열심희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되자

사랑하는 엄마가

@최명순


사랑하는 아들

딸 밥잘챙겨먹

고 열심희 살어

어무이가


@최명순


사랑하는 아들딸

아 한상(항상)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되자

노력하면 안되는

일없다 하이팅

사랑해

엄마

@최명순


사랑하는 아들아

딸아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자




엄마의 살림에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들이 없다.

새것도 거의 없다.

그래서일까.

엄마의 서랍장에는 늘 누군가가 준,

새것이나 다름없는 헌 물건이 많았다.


차를 좋아하는 막내 이모가 준 본 차이나 찻잔,

막내 고모가 준 행남자기 그릇,

엄마가 이룬 살림은 투박했고, 낡았고, 수수했다.


엄마가 그나마 욕심을 낸 건 냉장고였다.

보무당당하게 총 다섯 개의 냉장고를 갖고 있다.

김치 냉장고 두 개,

일반 냉장고 두 개,

 식품 저장고인 저온냉장고까지.

시시때때로 정리정돈을 한다는 데도,

냉장실, 냉동실 할 것 없이 늘 식재료로 미어터지니 신기할 수밖에.


엄마는 냉장고는 늘려도, 살림을 쉽사리 불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좋은 것을 먹고, 먹이는 일에는 점점 더 욕심을 내지만,

정작, 사는 일엔 그다지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나고 자란

지은 지 30년도 더 된 낡은 슬레이트 집을

매일같이 쓸고 닦으며 몸소 보여주고 계신다.


엄마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식 넷을 서울에 보냈다.

단 한 놈도 부모의 곁에서 살겠다고 한 적 없으니.

그때는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자신의 품을 떠난 자식들을 위해

해당 구역 택배기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택배를 보내왔다.

한 달에 적게는 두 번에서, 많게는 네 번까지.

바쁜 농번기에도, 잠을 줄여 반찬을 보내시던 엄마.


"택배요.

택배입니다.

어이쿠. 또 보내셨네요.

부모님, 참 대단하세요."


엄마는 취업한 동생이 차를 사기 전까지

손수 농사지은 수박 중에서

제일 굵고 잘생긴 녀석으로

 수박이 깨질 새라,

에어캡에 둘둘 싸서 택배를 보내오기도 했다.


뜨거운 여름날,

수박이 든 박스를 들쳐 메고  낑낑거리며

계단을 올라오던 기사는 동생의 면전에 대고 욕지거리를 내뱉었던가.

(생각하면, 정말 죄송하고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힘으로는

엄마의 택배를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허투루 싼 흔적 없이

꽁꽁 테이핑 된 반찬을 하나하나 개봉하다 보면,

그 정성에 혀를 내두르다가도

눈물이 핑그르르 돌 정도로 마음 한편이 서글퍼졌으니까.



엄마는 어쩌다 우리 엄마가 됐을까?
엄마는 우리가 뭐라고 이렇게 지극정성일까?
엄마는 왜 한결같을까?
엄마는 왜, 엄마는...


수년의 세월이 지나가는 동안,

엄마의 정성은 투박해진 손마디만큼이나 무뎌질 줄만 알았다.

그러나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뾰족해지는 감정이 있다면,

수많은  편지에

반복적으로 써 보낸 우리에 대한 걱정과 염려였을 거라고.


엄마의 땅에서

당신의 정성으로 꽃피우고 자란 채소며 과일을

든든히 받아 먹고,

 최선을 다해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 바람을 잘 알기에

한상, 가득 차려내듯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일이야말로

엄마의 지극한 사랑에 대한 보답일 것이라고.


(보답은 커녕, 들들 속만 볶아대서 큰일이지만,

그래도, '명순 씨, 메리 크리스마스')



'명순의 레시피' 이전 글: https://brunch.co.kr/@anding-credit/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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