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좀 하고 살아야 하는 놈과 생각이 많아서 문제인 놈, 두 놈 사이 어느 지점에 존재하고 있는 나는 언제나 고민이 많다 (물론 고민이 많은 것이 꼭 생각이 많은 것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 고민이고, 이에 대해 언젠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얼마나 생각을 해야 하는 걸까? 또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걸까?
기계적으로 몸을 일으켜 출근하고, 시킨 일을 정해진 과정에 따라 처리하고, 5시 8시 종이 땡 울리면 기계적으로 집을 향해 몸을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나는 얼마나 "생각"이라는 행위를 하고 있을까? 과학자들은 의식을 지니고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생각이라고 인정해준다는데, 우리 사회는 그렇게 너그럽지 않다. 머릿속으로 무엇인가를 골똘히 떠올려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정도의 행위는 해주어야 저 놈이 생각을 하는구나 하고 인정해주지 않는가?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생각에 대해 쓸데없이 정교한 기준을 들이민다. 나의 생각 있음 때문에 불편하신 분들도 있고, 생각 없음에 불편하신 분들도 있다. 진정 내가 생각 있음과 생각 없음 그 사이, 아주 정교하고 날 선 그 가느다란 줄(Fine-Line) 위를 걷기를 바라는 것일까? 딜레마도 이런 딜레마가 없다.
예를 들어보자.
아침이 밝아온다. 해가 뜨고, 새가 지저귀고, 쌀쌀한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입김을 불며 움츠린 채 길에서 마주친 이웃과 인사를 나눈다. 알람을 맞추지 않은 나는 계속해서 잠을 잔다. 눈을 뜬다. 8시 30분이다. 나는 생각한다. 아니, 나는 절망한다. "와 씨." 급히 소변을 누고 이를 닦으며 대충 남색 니트를 걸친다. 아차, 치약을 흘렸다. 어쩔 수 없이 어제 벗어놓았던 센스 없어 보이는 아저씨 스타일의 보라색 니트로 갈아입는다. 눈곱을 떼며 입에는 마른 식빵을 하나 물고 9시 출근 시간을 맞추기 위해 집을 나선다. 나는 버스로 35분 걸리는 출근길을 어떻게 하면 20분 만에 주파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은 고뇌를 하다 큰 마음을 먹고 미리 카카오 택시를 불러놨다. "와 그 와중에 센스 있어." 그런데 그제야 오늘 미팅을 8시 50분에 하기로 한 것이 기억나고, 애꿎은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더 빨리 가 달라며 위법 행위를 조장한다. 그렇게 겨우 9시 20분에 도착한 나는 "늦게 오니 그나마 엘리베이터라도 빨리 오네"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18층 오피스에 들어간다. 이때 나에게 처음 들려오는 것은 평소 하이톤과 정수리만 세심하게 벗겨진 머리가 매력이신 부장님의 고운 입에서 나오는 말이다. "넌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되려 나에게 묻고싶다.
나는 과연 생각이 있었을까 없었을까? 생각이 부족했던 걸까 많았던 걸까?
다른 예를 들어보자
길거리에서 한 청년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주십시오! 환경을 지켜주십시오! 지구가 아파합니다!" "아 환경운동 하는 청년이구나." 나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굳이 줄이진 않겠지만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서 응원한다는 취지의 작고 멋쩍은 웃음을 보여주지도, 아침부터 왜 이렇게 오바하냐는 식의 미간 주름을 보여주지도 않은 채 그저 찰나의 눈길만을 주고 회사 건물로 들어갔다. "아차, 커피 사 가야지." 다시 건물을 빠져나와 옆 건물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큰 거 한잔 가지고 갈게요." 무정하도록 차갑게 내 아침을 깨워줄 시커먼 커피를 한 손에 들고 나서야 제대로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이다. 그렇게 오전 업무를 본 뒤,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길에 빈 일회용 커피잔을 버리며 나는 생각했다. "분리수거 해야지." 일반쓰레기가 아닌 분리수거 통에 커피컵을 넣은 뒤, 나의 머릿속은 이미 몇 시간 전 잊혀진 청년의 구호 대신 깨어있는 시민으로서 분리수거를 잘 하는 나에 대한 대견함으로 가득했다.
과연 나는 생각이 있었을까 없었을까? 생각이 부족했던걸까 많았던걸까?
과연 나는 생각이 있었을까 없었을까? 생각이 부족했던걸까 많았던걸까?
별것도 아닌데 어려운 문제들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그렇다고 생각에 대한 거대하고 철학적인 존재론적, 인식론적 생각을 하려는 건 아니다. 단지 내가 언제 생각을 하는지, 또 언제 생각을 안 하는지, 언제 생각이 과한 지, 언제 생각이 부족한지에 대해서 생각하려 한다. 우리의 생각 저변을 넓혀주는 위대한 도구 위키백과에 따르면 생각은 "결론을 얻으려는 관념의 과정"이다. 이 개념에 충실해서 이 생각의 끝에 "생각을 위한 간단하지만 명쾌한 기준"이라는 결론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그리고 이 기준이 우리의 매일매일의 행동과 판단에 발전을 가져다 주길 바래본다.
3. 생각의 흐름: '가상 사고 실험'으로 FOCUS!
8. 생각의 나눔 2: 사회의 표현 - 언론으로부터 나의 생각을 지키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