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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준 Oct 26. 2019

생각의 최소

최소한 생각은 한다는 것  vs. 최소한의 생각을 한다는 것

생각의 최소는 무엇일까? 최소한 “생각 정도는 하고 사는 것”을 말하는 걸까 "최소한의 생각을 하는 것"을 말하는 걸까? 이 둘은 어떻게 구분되고, 꼭 구분되어야 하는가?


괜히 있는 척하기 위해 영어로 한 번 비교해 보자.


최소한 생각은 하고 사는 것 = at least thinking

최소한의 생각을 하는 것 = minimal thinking


다시 말하자면 둘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최소한 생각은 하고 사는 것 = 조건적 (예: 최소한 생각은 해야 인간이지!)

최소한의 생각을 하는 것 = 효율적 (예: 최소한의 생각만으로 최대치의 결과를 끌어내자!)


내가 설명하고자 하는 생각의 최소는 이 중 후자를 뜻한다. 어떻게 생각해야 최소한의 생각만으로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어떻게 생각하며 사는 게 효율적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게 본 글의 취지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적어도 생각은 하고 사는 사람” 또한 될 수 있다.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에게 생각 없다고 할 수는 없으니.


어떻게 생각해야 최소한의 생각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근본 개념 Fundamental Concepts>>


최소한의 생각만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아주 단단한 근본 개념을 지녀야 한다. 근본 개념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석하고 표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에 대한 표현"을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연애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연애를 잘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정말 연애를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왜 그럴까? 쉽게 말하면 연애가 뭔지 몰라서 그렇다. 연애를 모른다기보다는 연애의 "정의"를 모른다는 게 더 정확하다. 연애에 대한 정의가 정확히 내려지지 않아서 내가 뭘 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그리고 내가 뭘 모르는지 모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난 좋아하는 마음으로 한 행동인데 상대방은 기분 나빠하는 뭐 그런... 누구나 한번쯤 겪는 골치 아픈 상황을 상상하면 될 것 같다.) 


연애는 [그리워할 연 + 사랑 애] 두 글자를 합친 단어인 만큼 연애의 이면에는 사랑, 좋아함, 애정, 그리움, 호감 등 여러 감정이 존재한다. 물론 이 감정들이 연애의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일반적인 연애는 저런 감정이 어느 정도 수반된다. 그리고 이 감정들을 한대 모아 가장 기초되는 개념을 찾으면 "사랑"이 나온다. 연애를 (잘, 제대로) 이해하고 진행하기 위해서 가장 기초적으로 실행되어야 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근본 개념을 잘,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사랑의 정의를 생각해보자. 


"사랑은 나의 것을 아까워하지 않고 줄 수 있는 마음이다"


이것이 만족스러운 사랑의 정의인지 알기 위해서는 두 가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나의 것을 아까워하지 않고 줄 수 있는 마음이 있는 경우는 모두 사랑하는 경우인가?

나의 것을 아까워하면 절대로 사랑이 될 수 없는가?


둘 중 하나라도 답이 "아니오"라면, 그 정의는 수정해야 한다 (자세한 수정 방법은 6화 <생각의 일관> 편에서 이야기할 예정이다). 만약 수정하지 않는다면 나의 것을 조금이라도 아까워하는 순간 내 사랑은, 그래서 내 연애는, 끝이다. 그 누구도 사랑을 하면서 "아무것도"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진정 세상에 사랑이 없다고 믿지 않는다면, 위 정의는 얼른 수정해야 한다. 


물론 이 세상 그 누구도 사랑에 대한 완벽한 정의를 내릴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이 근본 개념을 더 "단단히" 만들 수 있다.


1) 경험: 삶의 흐름을 따라 축적되는 경험이 나의 근본 개념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준다. 경험으로 인해 축적된 근본 개념은 다양한 상황에서 직관적인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을 준다. 실용적인 면이 크고 우연에 의존하는 방법이다 보니 특정 개념을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기는 힘들다. 


사랑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사랑에 실패하면서, 여러 사람을 경험하면서, 결혼을 하면서, 자녀를 키우면서, 부모를 부양하면서 이 개념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다. 그리고 우리의 넓어진 사랑에 대한 이해는 사랑이 필요한 다양한 환경과 상황에 더 잘 대처하게 도와준다. 자녀에 대한 참을성이 커지고 연인의 투정을 더 잘 받아주게 되는 것 같이. 


2) 생각: 해당 개념에 대한 지속적이고 깊이 있는 생각이 나의 근본 개념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준다. 생각을 통해 구성된 근본 개념은 간결하지만 구체적이고 다양한 상황에 대한 자세하고 정확한 판단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의도적으로 정의를 내리는 과정이다 보니 훨씬 더 명확한 개념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 반면 개념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사랑을 하는 상황 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 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되돌아보며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와 나의 행동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나를 일관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둘 중 어느 방법을 통해서든 사랑의 정의를 더욱 견고히 내릴 수 있다면, 따라서 사랑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면 연애를 더 잘, 제대로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근본 개념의 힘이다.




마무리


경험을 통해 근본 개념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별 노력 없이도 가능하다. 따라서 당연히 내가 추구하는 방법은 두 번째 방법, 생각을 통해 근본 개념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근본 개념은 어디에나 있다 (Fundamental concepts are everywhere!). 나는 연애는 사랑, 친구관계는 우정, 교육은 배움, 정치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근본 개념의 지배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것이 내가 현재 지니고 있는 근본 개념이고 동의하지 않으려면 누구든 대안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논리적으로 나의 결론보다 더 나은 결론을 내릴 수 있을 때, 나의 현재 개념은 사라지고 그 대안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결국 근본 개념을 만드는 과정은 논리의 경쟁이다. 그리고 이 논리의 과정이 곧 생각이다. 그리고 이 생각의 결론이 생각의 최소다. 왜 이 복잡한 과정이 생각의 최소일까? 이케아에서 가구를 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조립하긴 힘들다. 하지만 이 과정은 보통 하루를 넘기지 않는다. 반면 그것 때문에 오는 편리함은 오래간다. 


근본 개념을 만들고, 필요하면 수정하고, 지키자. 단단한 근본 개념을 많이 지니고 있을수록 효율적으로 내 의견과 신념, 그리고 고집을 지킬 수 있다.







1. 생각의 시작

2. 생각의 최소: 근본 개념

3. 생각의 흐름: '가상 사고 실험'으로 FOCUS!

4. 생각의 기준: 전교 1등의 꽁무니

5. 생각의 양식: 주입과 해석

6. 생각의 일관: 생각의 최소를 지키는 방법

7. 생각의 나눔 1: 개인의 표현 - 글쓰기

8. 생각의 나눔 2: 사회의 표현 - 언론으로부터 나의 생각을 지키는 법

9. 생각의 확장: 그럴 수도 있지

10. 생각의 결과: 애도와 정치, 그리고 포퓰리즘



** 우리가치 Woorigachi 커뮤니티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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