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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준 Nov 17. 2019

생각의 확장

그럴 수도 있지

생각의 최소는 근본 개념의 형성으로부터 시작한다. 자유란 이런 것이고, 배움이란 이런 것이고, 사랑이란 이런 것이고.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의 근본 개념은 우리 생각의 과정을 너무나도 편리하게, 그리고 일관되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인간은 너무나도 간사한 존재라서 간혹 완벽하지 않은 근본 개념을 만들고도 이것에 대한 애착을 가져버린다. 혹은 너무 쉽게 우리의 정파적 감정, 일시적 감정에 따라 근본 개념을 고쳐버리기도 한다. 고집이 생기고, 아집을 부리게 된다. 


"나는 저 정당이 싫으니까 내 자유 개념을 수정해서라도 C 정책은 반대해야 해." 


"나를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저렇게 행동할 수 있지? A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분명해."


"이 정도 근본 개념이면 웬만한 건 다 설명할 수 있는 것 같은데?"




배움의 단계가 당연히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중고등학교 시절 역사를 배우면 역사책에 나와 있는 것들이 다 진실일 것이라, 진리일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대학에 와서 역사 수업을 들어 보니 역사는 단순히 역사가의 스토리텔링이라고 하더라. 나의 첫 배움의 틀은 깨어졌고, 나의 지식적 지경은 넓어졌다. 


근본 개념 또한 마찬가지다. 처음 근본 개념을 만들고 그 틀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이 너무나도 명확해 보인다. 


"A는 일관적인 사람이고 B는 일관적이지 못하네." 


"A 정책은 잘못된 것이고 B 정책은 좋은 정책이네."


하지만 점점 근본 개념에 대해 고민하고 타인의 생각에 귀 기울이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레 절대성, 혹은 진실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과연 내가 가지고 있는 이 기준이 절대적일까? 


개인적으로 우리의 기준은 절대로(?) 절대적일 수 없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직 인간이 만든 절대적 지식과 마주해본 적이 없다. 시대의 지성이라 불리던 자들 또한 절대적인 지식을 지닌 자들이 아니었고 그들의 기준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었다. 신이 아닌 이상, 절대적 기준을 제공할 수 없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도대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살아야 "잘" 살 수 있을까? 




내가 제안하고자 하는 답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럴 수도 있지>다. 


<생각> 시리즈의 애초의 목적, 그리고 결말을 소크라테스는 아주 간결하게 말해준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I know that I know nothing)


우리는 스스로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것을 모르는지 깨달아야 한다. 나아가서 정확히 어떤 것을 모르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생각의 최소를 정립하는 과정, 즉 근본 개념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근본 개념의 우월성이 아닌 나의 무지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틀을 정립할 때, 우리는 최소한의 "진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상황마다 변하는 생각 말고 불완전하지만 절대성을 지향하는 생각 말이다. 그리고 이 불완전성을 인지하고 있을 때에만 우리의 근본 개념은 발전할 수 있다. 스스로가 내린 개념을 완전하다 믿는 순간 그 개념은 수정 불가능한 개념이 되기 때문이다.


나의 무지를 인정하는 가장 좋은 표현은 "그럴 수도 있지"다. 누군가가 나와 다른 생각을 표현했다. 그때 이야기하자. "그럴 수도 있지." 그리고 왜 그럴 수도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자. 그러면 마법과도 같은 일이 생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편협하고 불완전한 지식의 지경에 머무르지 않아도 된다. 기존 틀의 붕괴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자아와 두뇌를 떠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생각의 사회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동시에 상대방의 생각을 나의 생각과 비교하게 된다. 생각의 융합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생각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결론을 도출한다. 이 모든 것이 곧 생각의 확장이다. 

 



힘을 풀자. 자존심을 내려놓자. 그리고 모든 가능성을 받아들이자. 그러면 최소한이지만 강력한 근본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근본을 통해 생각하고, 비판하고, 나를 지키고, 발전하자. 이러한 과정은 결국 우리에게 최선의 결과를 제공할 것이다. 우리는 진정 최소한으로 생각하며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1. 생각의 시작

2. 생각의 최소: 근본 개념

3. 생각의 흐름: '가상 사고 실험'으로 FOCUS!

4. 생각의 기준: 전교 1등의 꽁무니

5. 생각의 양식: 주입과 해석

6. 생각의 일관: 생각의 최소를 지키는 방법

7. 생각의 나눔 1: 개인의 표현 - 글쓰기

8. 생각의 나눔 2: 사회의 표현 - 언론으로부터 나의 생각을 지키는 법

9. 생각의 확장: 그럴 수도 있지

10. 생각의 결과: 애도와 정치, 그리고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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