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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아야! 09화

응급실, 무조건 빨리 되는 곳 아닌가요?

by Orthodocs
왜 빨리 안돼요?



응급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을 꼽으라면 아마도 "왜 빨리 안돼요?"가 1위 아닐까. 응급실은 '응급'하게 진료가 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놀랍게도 응급실은 '모든' 진료가 빨리 되는 곳이 아니다.

응급실 입구에는 '트리아제(Triage)'역할을 하는 데스크가 있다. 트리아제(Triage)는 나폴레옹 전쟁 당시 군의관이었던 도미니크 장 라레(Dominique Jean Larrey)에 의해 고안된 중증도 분류 시스템이다. 환자는 많고 의료자원은 부족한 상황에서, 어떤 환자를 우선적으로 처치해야 할 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세운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응급실에서 사용 중인 중증도 분류체계는 KTAS (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이. 1~5군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군의 숫자가 진료 우선순위라고 이해하면 된다. 분류 기준에 대한 세부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즉, 다시 말하면 응급실 진료는 선착순이 아니다. 일찍 와서 오래 기다렸다면, 그만큼 중증도가 낮기 때문인 것이다. 사실 늦는다고 화를 낼 정도의 기운이 있는 사람들은 보통 응급환자가 아닌 경우가 많다.



온 김에 CT랑 MRI 다 찍어주세요

응급실은 모든 진료가 다 되는 곳이 아니다. "응급"진료에 최적화된 곳이다. 초음파나 자기 공명 영상(MRI)과 같은 검사들은 생명과 무관한 경우 응급실에서 진행이 불가능하다.


일례로, 응급실에서 뇌졸중을 확인하기 위한 뇌 자기 공명 영상은 시행할 수 있지만, 무릎인대 손상을 확인하기 위한 무릎 자기 공명 영상은 진행이 불가능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뇌졸중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급하게 검사가 필요하며, 의식 저하, 마비와 같은 심각한 후유증과 장애를 초래할 수 있지만, 무릎의 인대 손상은 생명과 무관하며 진단이 되더라도 당장 몇 시간 내에 수술해야 하는 응급이 아니기 때문이다.

CT와 MRI는 정밀검사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부분이 확인되었을 때 추가로 확인하기 위한 검사이지, 일차적으로 시행하는 검사가 아니다. 의사 판단 하에 정밀검사가 응급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환자가 돈을 낼 테니 찍어달라고 강하게 요청을 해도, 찍어봐야 의미가 없는 것을 굳이 찍는 것이 의료 자원의 비효율적인 사용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그 시간에 급하게 영상을 찍어야 할 다른 응급 환자가 언제 도착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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