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나를 버리지 않은 연애였다
긴 대화를 끝냈다. 길지 않은 관계를 끝냈다. 그래서 글을 쓴다.
그와 대화하기 전 끝나지도 않는 생각을 반복했다. 꼬박 이틀을 내리 앓아누웠다. 내 머릿속에서는 이성적으로 이 상황을 판단하려는 아이와, 싫어 그냥 보고 싶단 말이야 하는 아이가 싸웠다. 어떨 때는 그래 이게 맞지, 이 결정이 맞지 하다가도- 수십 번이고 결정을 뒤집었다.
K를 사랑했다. 이전의 사람들도 그랬다. 다만 K는 언제나 나에게 착하려고 했다. 그냥 본성이 선한 사람. 아 이 사람 정말 착하구나 감탄이 나올 정도로… 우리는 오랫동안 대화를 했다. 거기에 서로에 대한 비난은 하나도 없었고, 다만 너는 그렇구나 나는 그렇구나 하는 이야기만 오갔다. 그래서 우리 어떻게 할까 내 질문에-. K의 눈시울이 또다시 붉어졌다. 그는 대화를 하는 내내 울음을 참았다. 나는 앞에서 울지 못했다. 끝나고 이렇게 비겁하게 혼자 글을 쓰면서 밖에 울지 못한다.
내 과거의 연애는 끝나고 나면 늘 자유로웠다. 상대방과의 관계유지를 위해 나 자신의 일부를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도무지 포기하는 법을 모른다. 때로는 서로를 사랑함에도 떠나보내야 하는 관계가 있는 것을, 나를 끼워 맞추면 어떻게든 될 줄 알았다. “마음은 손해를 보지 않는대” 친구가 말했다. 맞다, 나는 스스로를 버린 대가로 늘 무언가를 요구했다. 그렇게 관계는 나빠지기만 했고, 이별은 언제나 내 손으로 직접 선을 그었으며, 이별뒤의 나는 늘 연애 때 보다 더 행복했다.
그런데 이번은 처음으로 나를 버리지 않은 연애였다. “나는 이런 노력들은 할 수 있어, 그리고 이런 걸 바란다면 나는 하지 못해. “ 내가 말하자 K는 계속 생각하더니 차마 말을 뱉지 못했다. 참 여린 사람, 고백도 한참 어린 내가 먼저 하게 만들더니… 이별도 내가 등을 떠밀어 줘야 하는구나. “오빠 나는 내가 생각한 말을 다 했어, 오빠도 이제 말해줘”. 그는 힘겹게 여기까지만 하자고 했다. 그래 여기까지다. 그가 줬던 팔찌를 웃으며 다시 돌려주었다.
“오빠, 오빠는 연애하면서 나한테 잘못한 거 단 하나도 없었어. 늘 나한테 잘해주기만 했어. 알아둬”
헤어지기 직전 나는 가장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그는 미안해 잘가 라고 답했다. 나는 당차게 혼자 3호선으로 향했다.
성숙한 이별이었다-3호선에서 혼자 스스로를 격려했다. 그러나 이전의 이별과는 달리, 알 수 없는 잔잔한 슬픔이 몰려왔다.
그래 이게 진짜 제대로 된 이별의 감정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