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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나 May 07. 2023

글의 댓가

사유의 파란

미칠 것 같이 예민한 문장들로 종이 위를 촘촘히 수놓아 가고 싶은데

그럼 나는 나의 최악의 때를 다시 불러내야한다

모든 것에 날을 세워 보이지 않는 미세한 먼지조차 거슬리던 그때로

모든 소리가 비난으로 들리고 실낱 같은 소리조차 고통스러워 울던 때로

도망칠 곳 없이 선고만 기다리던 그때로


할 수는 있겠으나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하지 않으면

나는 이 종이를 제대로 수놓을 수 없다


나는 요행을 바라며 괴물을 가둬놓은 문 밑으로 백지를 밀어 넣어보았지만

괴물은 그 댓가로 자유를 구했다


안 돼… 그것만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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