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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일상, 비매품문장들
01화
프롤로그
흔들리며 현상되고 있는 거야.
by
적적
Dec 12. 2024
폴라로이드 사진기
아버지는 즉석 사진기였지
어머니는 몇 장의 인화지를 지니고 계셨어
찍으면 버려지거나, 현상되었어
인화지인 채로 모두 위-잉 소리를 내며 세상에 태어난 거야
어둠 속에서 길러진 창백한 아이였어
흔들리는 건 명확해진다는 거야
바래지는 시간이나 먼지가 엉켜 현상되는 거지
성급한 지문으로도 훼손되기도 하고
가장자리를 잡고 흔들면
공기 중에 기억을 흡착시켜
흔들리던 풍경이 모두 제자리를 잡고
바람까지 드러나면
이제 느리게 사라지기 시작해
시간의 흐름은 변색과 다르지 않은 일이었어
너의 어느 끝을 조심히 잡고
나의 끝 부분을 잡은 손길이
찍어 흔들리던 한 장이었어
수 천장의 사진 중
누구나 동굴 하나를 지녔다고 생각하거든. 석순처럼 쌓여있는 책들을 바라다보며 바닥을 향해 자라는 종유석을 쳐다보면서 가만히 생각해 느리게 흐르는 물방울로 비롯되었다는 것을.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 석주가 되기를 바라
거대해지기를 희망해.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자라는 방향을 멈추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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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일상, 비매품문장들
01
프롤로그
02
금요일과 생각하나 놓여있지.
03
통증의 포물선
04
그리운 사람이 살고 있다.
05
정온동물의 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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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모란' 이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어요. 훔치고 싶은 문장을 파는 가게를 운영 중입니다. 프로필은 당신과 나 사이엔 너무 긴 설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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