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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의 밀실

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by 적적

달라지고 있다, 하루가 지나가듯이

떼를 입힌 묘들은 낡은 잎을 부딪치며 말하고

알맹이를 꺼내어 흔적을 비운다.



엎어진 흰 계란 껍데기,

흘러나온 뼛조각은 나뭇가지 끝에서

땅을 파고 다시 묻힌다.



엄마는 속삭였다,

산 자들과 어울려 보라고.

하지만 살아 있는 것은

그 자리에 머문 적이 없었다.


노을이 기울어지면

방 안의 가구들은 한쪽으로 모여

서로의 그림자를 나눠 가진다.


내 집은 파라오보다

햇살이 잘 드는 밀실,

나는 묘 밖을 산책하는 시신,

시간은 헝클어진 올을 풀며

삭아가는 수의가 된다.



노을은 산 자를 기다리느라

벽을 쌓지 않고

죽음을 살아내고 있다.



대문사진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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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