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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서리가 있는 계절

사물에서 점점 멀어지는 시

by 적적

어디서 든 멍인지도 모른 채
무릎을 문지른다.
모서리는 모서리를 부딪쳐 닳아가고
모서리가 아닌 것들은
스쳐 멍이 든다.



낙엽은 떨어지고서야 얇아지고
돌계단은 무수한 발자국을 지나며
둥글어지고
머그잔의 손잡이엔
익숙한 손의 굴곡이 스민다.



어쩌면 모든 것들은
끝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닳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어디선가 둥글어진 것이다.



입술에 멍이 든 날과
손끝에 멍이 든 날의 차이를
잊어버린다.



묻고 나니,
어디서 멍이 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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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