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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와 별사이

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by 적적

늦게 온
작은 사람

똥 묻은 기저귀를
물속에 넣고 눌러 앉히는 일은
우주를 접는 일 같다
아무 말 없는 누런 별이
그 속에서 숨을 쉬고 있다


아침 내내 삶는다
비누의 희고 낯선 단어들이
김처럼 피어오른다
비릿하고 따뜻한
비누가 김으로 변하는

문장을 읽



차가운 바람은
마당 끝에서 입을 헹구고
햇살은 양은 들통 속으로 얼굴 들이민다


물은 반쯤 투명해지고
나는 반쯤 젖는다

정오가 지난 뒤

미지근한 쌀밥 위로
너의 체온이 눕는다
한 숟갈,
내가 삼킨 눈물은 짠지 모르겠다


낮잠 든 너의 옆에
가만히 기대앉으면
나는 그제야
살아 있는 것 같다


빗소리에 깨어
창밖을 보면
하얀 기저귀들이
하늘 쪽으로 흔들린다


봄이다

너를 향해
마음이 펄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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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