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의 문장을 달고 다닙니까
햇살은 점심 무렵 가장 투명해진다. 유리잔을 통과한 빛이 나무 바닥에 꿀처럼 번질 때, 작은 생명은 조용히 분주하다. 정원 한편, 수풀 위로 앉았다가 날아오르는 꿀벌 한 마리. 그 무게 없는 생명은 향기와 빛, 습기와 진동을 감각하며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문장을 하나하나 수집하고 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규칙 아래, 그것들은 부지런히 선을 따라 움직이고, 머릿속 구조물의 일부가 된다. 수십 개의 날갯짓이 지워지지 않는 운율을 만들고, 그 리듬은 종종 문장의 박자가 된다.
모든 글쓰기는 날갯짓에서 시작된다. 혼자서 흔들리다 멈추는 날갯짓. 그것은 문장의 호흡이다. 생각은 늘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리다. 글쓰기는 그 두 속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작업이다. 너무 앞서간 사고는 문장을 망치고, 너무 뒤처진 감각은 문장을 무디게 한다. 글쓴이는 꿀벌처럼 자기 몸만큼 가벼운 날개를 달고 그사이를 맴돌며 적당한 속도와 적절한 멈춤을 탐색한다.
꿀벌은 수천 송이 꽃을 방문한다. 그러나 돌아올 때 가져오는 꿀은 극히 적다. 꽃잎마다 머문 시간은 짧고, 흡수한 향은 금방 휘발된다. 그 찰나의 감각이 쌓여 결국 단 한 방울의 꿀이 된다. 수많은 생각과 조우하고, 수십 번 문장을 만지작거리며, 끝내 한 줄의 의미에 도달한다. 그 한 줄을 위해 눈앞을 스쳐 간 모든 생각이 필요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안다.
글쓰기는 꽃이 아니라 꿀을 모으는 일이다. 겉으로는 화려하지 않다. 꽃잎을 바라보는 일이 아니라, 그 안의 밀도를 채집하는 일이다. 허공을 떠다니는 의미의 입자, 그 미세한 떨림을 감지하려면 말보다 침묵이 필요하다. 문장은 말이 아니라, 말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울림이다. 글을 쓰기 위해 가장 많이 해야 하는 일은 침묵이고, 그다음은 기다림이다. 의미는 말속에 있지 않고, 말과 말 사이의 여백에 숨는다.
꿀벌의 비행은 회귀의 구조를 가진다. 꽃으로 날아가고, 다시 벌집으로 돌아오는 경로. 글쓰기도 같다. 언뜻 보면 직진처럼 보이지만 실은 회귀다. 문장을 한 줄 쓸 때마다 되돌아간다. 어린 시절로, 첫 문장으로, 첫 실패로. 과거의 감정과 기억을 머금고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회귀를 반복하며, 한 겹씩 농도가 깊어진다. 같은 문장이라도 날마다 의미가 다르게 들리는 이유는, 돌아오는 경로마다 감정의 온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꿀벌은 가장 정직한 방식으로 살아간다. 필요 이상의 것을 모으지 않고, 불필요한 움직임을 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장식하거나 설명하지 않는다. 한 문장을 쓰는 데 필요한 재료는 아주 적고, 다만 그 재료의 질이 중요하다. 단어 하나, 쉼표 하나, 문단 하나.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균형. 꿀벌이 날개를 흔들어 일정한 진동을 만들 듯, 문장도 리듬을 가진다. 그 리듬은 어떤 계산이나 기술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로지 감각으로만 다가갈 수 있는 고요한 법칙.
벌집은 육각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튼튼하고 효율적인 구조. 보이지 않는 구조가 문장을 지탱한다. 가장 단단한 문장은 가장 단순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불필요한 곡선을 걷어내고 남은 문장은 육각형의 미학을 닮아 있다. 눈에 띄지 않지만, 본능적으로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구조. 그것은 쓰는 이가 오랜 시간 수집하고, 비우고, 다시 쌓아 올린 노동의 결과다.
꿀은 단맛 그 자체가 아니다. 꽃가루와 물과 효소, 그리고 시간의 혼합물이다. 감정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감정과 논리와 리듬, 그리고 서늘한 거리감이 뒤섞인 결과물이다. 지나치게 감정적인 문장은 쉽게 무너진다. 지나치게 논리적인 문장은 독자의 마음을 지나친다. 꿀벌은 자신의 침을 이용해 꿀을 숙성시킨다.
꿀벌의 삶은 짧다. 하지만 꿀은 오래 남는다. 글도 마찬가지다. 쓰는 순간에는 극히 짧은 호흡이지만, 남겨진 문장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에 머문다. 쓰는 이는 사라져도 문장은 남는다. 그 사실만으로도 모든 글쓰기는 가치 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머무는 한 줄.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달게 느껴지는 문장. 그것이 글의 꿀이다.
꿀벌은 혼자 일하지 않는다. 그러나 혼자 날아야 한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신의 날개로 이륙해야 한다. 아무도 대신 써줄 수 없다. 가장 깊은 감정, 가장 내밀한 기억, 가장 치명적인 고백은 혼자서만 채집할 수 있다. 그 외로움, 그 고독, 그 진동. 모든 것이 문장 속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글쓰기는 꿀벌이 꿀을 모으는 것과 같다.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하나 모으고, 아무도 모르게 깊은 곳에 저장한다. 가장 순수한 감각으로만 접근할 수 있고, 가장 복잡한 구조로만 지탱할 수 있다. 쓰는 이는 늘 공중에 떠 있고, 늘 돌아갈 집을 찾는다. 단 하나의 문장을 쓰기 위해, 수천 번의 비행을 반복한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을 찍는 순간, 비로소 꿀벌은 자신이 무엇을 모았는지 알게 된다.
이른 새벽, 벌통은 아직 식은 체온을 간직하고 있다. 안개가 가늘게 떠오르고, 풀잎에는 어젯밤의 말이 맺힌 듯 이슬이 반짝인다. 양봉업자는 말없이 장화를 신고, 조심스레 장갑을 낀다. 작은 흠집에도 꿀벌은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손끝에 힘을 주는 순간, 침묵의 균형이 무너진다. 마음속 가장 민감한 감정에 접근할 땐, 손끝의 압력 하나까지 조율해야 한다. 단어 하나, 호흡 하나가 지나치게 무겁지 않도록, 너무 가볍게 흩어지지 않도록.
벌집을 연다. 온기가 터져 나온다. 수백수천의 벌들이 진동하며 살아 움직인다. 그 안에서 꿀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숙성되고 있다. 문장 바깥에서 흔들리는 생각과 감정, 시간의 퇴적물들이 서서히 밀도를 갖춘다. 써야 할 것이 아니라, 써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들이 있다. 양봉업자는 섣불리 손을 대지 않는다. 아직 때가 아니다. 꿀이 완전히 숙성되기 전에는 절대 벌집을 건드리지 않는다. 아직 덜 여문 문장을 억지로 꺼내면 쓴맛이 남는다. 말은 당겨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밀어 올릴 때 비로소 떠오른다.
작은 연기가 피어난다. 벌을 진정시키기 위한 연기다. 흥분한 꿀벌은 무차별적으로 쏘아댄다. 그 작은 공격성은 무엇인가를 지키기 위한 본능이다. 방어적인 언어로 둘러쳐진 내면은 함부로 열 수 없다. 글 쓰는 이는 때때로 연기를 피워 자신을 진정시킨다. 다친 기억, 부끄러운 마음, 찢긴 감정. 그것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우회하고, 누그러뜨리고, 정제한다. 꿀벌이 화를 내지 않도록 달래는 것처럼, 기억의 내장을 건드리지 않도록 언어를 조심스레 배치한다.
벌집에서 꿀을 꺼내는 과정은 결코 서두를 수 없다. 하나의 벌집을 조심히 꺼내고, 그 무게를 느낀다. 벌들이 애써 채워 넣은 시간의 무게. 그 속에 깃든 향기와 색, 질감과 농도. 꿀은 무르익은 계절의 농축물이다. 한 문장에는 계절의 그림자가 있다. 봄에 쓰인 문장과 가을에 쓰인 문장은 냄새부터 다르다. 꿀이 해바라기인지, 라벤더인지, 밤꿀인지 알아보듯, 글에도 채집된 시간의 꽃이 있다. 그것은 억지로 덧씌울 수 없다. 그저 문장 속에서 스스로 풍긴다.
채밀기를 통해 꿀을 추출한다. 벌집을 원심분리기에 넣고, 고요히 돌아가는 기계를 지켜본다. 회전 속에서 꿀이 서서히 흘러나온다. 수집한 조각들을 배치한 후, 조심스레 고개를 젖혀 본다. 그제야 문장 바깥으로 스며 나오는 문장. 손으로 적지 않아도 이미 쓰여진 문장. 회전은 곧 반복이다. 다시 읽고, 다시 고치고, 다시 줄이고, 다시 열어보는 것. 원심의 힘은 중심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중심으로부터 떨어진 것들을 다시 모으는 과정이다.
채취된 꿀은 마지막으로 거름망을 통과한다. 아주 미세한 불순물까지 걸러내기 위해, 여러 겹의 망을 지난다. 첫 번째 글은 언제나 거칠고 충동적이다. 감정이 튀고, 단어가 겹치고, 의미가 넘친다. 그것을 한 겹씩 걸러낸다. 군더더기, 모호함, 습관적인 표현. 맑고 투명한 문장만 남을 때까지 기다린다. 그것이 글의 숙성이고, 그 숙성이 끝난 글은 시간을 거슬러 다시 빛난다.
꿀은 유리병에 담긴다. 빛을 통과하는 병 속에서 꿀은 마치 문장처럼 정적이다. 그 안엔 수천 개의 꽃, 수백 번의 비행, 수많은 날개의 떨림이 녹아 있다. 꿀은 침묵의 결정이다. 그리고 글도 그렇다. 다만 쓰는 이는 알고 있다. 그 고요한 문장이 얼마나 많은 움직임의 총합인지를.
양봉업자가 꿀을 모으는 하루는, 결국 글 쓰는 이의 하루와 다르지 않다. 외면상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동 같지만, 실은 가장 섬세한 감각과 가장 깊은 기다림으로 채워진 시간. 꿀은 흘러내리지 않는다. 글은 쏟아지지 않는다.
모든 것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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