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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 라 Sep 27. 2024

프롤로그

모르는 세계에 빠질 용기

자기를 모르는 세계에 자신을 빠트려라. 그것이 자신을 이해하게 되는 길이다''라고


한 인류학자가 한 말처럼, 내가 알지 못하던 프랑스 사회에 나를 빠트린 선택은 나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나와 내가 속해있던 한국 사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었다. 현모양처를 나의 꿈으로 삼으며 가정에만 속해있던 세 아이의 엄마였던 나에게 파리 대학원에서 다시 공부할 수 있는 기회와, 불어 통번역가로서 프랑스와 아프리카를 이웃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누구도 의지할 수 없는 세계에 나를 던진 것을 통해 실재적으로 배워 나갈 수밖에 없었던 독립심과 자립심은 나의 인생에 가장 큰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 외에 누군가가 나의 필요나 갈망을 채우길 기대하며 나의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삶에서 거두게 되는 실망에서 벗어나, 나의 행복을 통제하며 온전히 나의 책임으로 가져오는 삶, 독립과 자립이 주는 자유의 선물이다. 


이 선택은 또한 나를 넘어 나의 세 자녀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결국 나의 선택으로 나의 세 자녀들은 한국과 프랑스를 자연스럽게 오가며 한국에서의 학창 시절과 프랑스에서의 유학생활을 선택할 수 있었으며 각자의 선택을 통해, 두 자녀는 한국에서 한 자녀는 프랑스에서 정착하여 사는 삶을 선택하게 되었다.


불어 한마디도 배운 적이 없지만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있기 위해 선택한 나의 프랑스 유학이 나의 인생과 나의 세 자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선택이 될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안정된 직업과 인정,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 가족들, 내게 익숙하고 편안한 모든 것을 버리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전혀 모르는 언어와 환경 속으로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떠난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보다 큰 두려움과 두려움만큼의 흥미로 가득한 여정이었다.


우리 인생은 매 순간 선택이 있고 때로 그 선택에 따른 결과의 차이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만큼 클 수 있다. 나의 프랑스행 선택이 그러했다. 반대로 내가 만약 그때 프랑스행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나와 나의 아이들의 인생은 어떻게 됐을까? 물론 한국에서의 또 다른 흥미롭고 의미 있는 인생이 있었겠지만 나와 나의 자녀들의 세계의 크기는 절대 지금처럼 클 수 없었을 것이다.


프랑스어를 익힌 것 하나만으로도 나의 인생은 180도 다른 인생이 되었다. 특히나 프랑스 문화는 한국이나 미국 문화와 많이 달라서 많은 면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보완적 역할을 해준다. 프랑스어라는 언어 자체의 논리성도 뛰어나 불어를 하기 위해선 저절로 논리적 사고가 훈련된다. 무엇보다 프랑스 사회 전반적으로 심리학, 철학적 관심이 높다 보니 이 분야의 불어 콘텐츠들을 맘껏 읽고 들을 수 있다는 점도 놀라운 혜택이다.


언어를 익히는 것은 그 언어권 사람들과 이웃이 된다는 의미이다. 자연스레 불어권 나라인 프랑스, 벨기에, 퀘벡, 불어권 아프리카는 나 이웃이 되었고 내 삶에 그들이 들어오고 나도 그들의 삶으로 언제든 들어간다. 한국과 프랑스와 아프리카를 오가며 어디를 가든 내 집같이 환영해 주는 친구들과 익숙한 음식들과 카페들과 거리들이 다 나의 것이 되었다.


불어통번역가라는 직업을 통해 불어권의 여러 나라, 다양한 분야와 다양한 지위의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여행을 하고(비록 출장이었지만) 교류를 하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함께 쌓아갈 수 있었다. 세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들을 양육하는 데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맘껏 일할 수 있었던 직업이다.


우리의 매 순간의 선택이 우리의 인생을 만든다. 우리는 선택을 통해 우리 인생의 주인으로서의 위치를 견고히 세워나간다. 상황이 우리의 인생을 선택하도록 두어선 안된다.


인생의 주인으로서 살아가길 원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면, 용기를 내어 당신 인생에 익숙한 모든 것을 버리고 과감히 아무 갓도 모르는 세계에 들어가서 인생의 주인이 되는 도전을 시작해 보기를 권한다. 모르는 세계는 다른 새로운 직업, 새로운 환경, 또는 결혼, 새로운 친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과격하게 프랑스라는 모르는 세계에 들어가 보고 싶어 할 흥미를 이끌기 위해 나는 이 책을 써보고자 한다.


프랑스어 능력, 경제적 여건, 가족으로 인한 제한들을 따지지 말고 과감히 내 인생의 모든 상황은 내가 만들고, 내 인생의 결정은 나만의 몫이다는 의지만 있다면 당신의 결단은 결코 당신을 후회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학생이든,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부이든, 싱글이던 또는 싱글맘, 싱글 대디이든 중년이든 , 세계 어느 곳보다도 특별한 곳, 프랑스, 인생에 한 번은 살아봐야 할 곳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가지 않았다면, 후회할 곳이지만 갔다면 그곳에서 하게 될 모든 경험과 배움들에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인생은 우리에게 익숙했던 곳을 떠나 낯설고 경험하지 못한 모르는 세계를 향한 도전의 연속이다. 그 도전에 응하여 또 하나의 다른 세계를 정복할지 말지는 각자의 선택에 속해있다.


처음엔 언제나 낯설고 새로운 위험으로 가득 차 보이지만 돌이켜보면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언어도 모르는 채 낯선 곳에서의 적응과 정복을 이어왔다. 아기 때의 정복이 있었고 어린이로서 정복해야 할 세상이 있고 어른이 되어서도 우린 끝없는 도전에 마주함으로 더 넓은 세계를 정복하며 우리의 세계를 넓혀나가고 있다.


다시 말해 당신은 도전을 위해 태어났고 오늘 당신 앞에 있는 도전이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 도전 역시 당신이 능히 정복해 나가게 될 것이며 정복 후 당신이 획득하게 될 전리품과 보상은 당신의 모든 도전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를 증명해 줄 것이다. 당신의 (그리고 당신 자녀들의) 밝은 미래를 향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 당신이 정복할 모르는 세계 리스트에 어쩌면 프랑스가 1번으로 올라가 있지도 모를 거라 상상해 본다.  


부디 당신의 새로운 세계를 도전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슴이 떨려온다. 처음 글을 쓰다 보니 너무 부족함만 느껴진다.  


프랑스 사회와 한국 사회의 비교하면서, 두 가지 측면에 중점을 두었다. 하나는, 한국의 2040세대들이 이민을 원하는 이유에 대한 해답이 될 만한 프랑스 사회의 좋은 점들과 한편 프랑스인들이 부러워하는 한국의 좋은 점들을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비교하며 우리가 원하는 한국의 미래 사회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자 했다.


다른 하나는, 프랑스 사회와 한국 사회의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관과 문화를 비교하며 서로 다른 가치관을 이해함으로 각 세대 간의 간격을 좁혀보고자 시도하였다.


지금까지 속해왔던 자신의 세계를 떠나 프랑스 또는 다른 어느 나라든 모르는 세계에 가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인생의 주인이 되어 독립적인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들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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