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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규 Jinkyu Park Mar 11. 2021

솔직함은 신뢰의 또 다른 이름

[스타트업 추천도서 #2] 리더들의 새로운 소통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출처 : 청림출판사)


‘솔직함이 무기’라는 실리콘밸리 리더들, 한국은 과연?


직장 내 인간관계 및 리더십 컨설팅 기업인 ‘캔더(Candor)’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 킴 스콧(Kim Scott)이 쓴 책 <Radical Candor: How to Get What You Want by Saying What You Mean>가 국내에서는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한국어판에서 원제의 ‘Radical Candor’는 ‘지독한 솔직함’으로 번역되었는데, 8년 동안 구글에서 700명의 직원을 관리하고 트위터, 십, 드롭박스 등 굴지의 IT 기업 자문을 겸하며 스티브 잡스가 세운 애플 대학교에서 스타 교수로 활약하고 있는 그가 실리콘밸리 리더들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솔직함’을 뽑았다고 하니, 과연 침묵을 미덕이라 여기는 한국의 조직문화에서도 이 솔직함의 무기가 통할지 궁금해졌습니다.



‘Radical Candor’를 직역하면 ‘완전한 솔직함’으로 해석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지독한 솔직함’이란 팀원이 자신을 포함한 동료들에게 리더가 진솔한 관심을 두고 있다고 ‘신뢰하는 상태’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상태에서 업무 효율을 높이고 탁월한 인재를 조직 안에 머무르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킴 스콧은 진정한 의미의 ‘지독한 솔직함’을 실현하기 위해선
시의 적절한 피드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팀원의 지퍼가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리더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식의 피드백 사례를 통해 설명을 뒷받침합니다.



리더의 피드백 유형 4가지

지독한 솔직함 (Radical Candor)
: 팀원에게 조용히 다가가 귓속말로 지퍼가 열렸다고 말한다.

불쾌한 공격 (Obnoxious Aggression)
: 다른 팀원들 모두가 들릴 만큼 큰 소리로 지퍼가 열렸다고 말하며 망신을 준다. 악의적인 행동으로 보일 수 있지만 지퍼를 닫도록 피드백을 준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파괴적 공감 (Ruinous Empathy)
: 팀원을 지적하면 팀원이 무안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스스로 알아차리기를 기다린다. 의도는 이해하지만 아무 피드백도 하지 않는다는 점은 부정적이다.

고의적 거짓 (Manipulative Insincerity)
: 자신의 평판이 걱정돼서 침묵으로 일관한다. 지퍼가 열렸다고 말하면 팀원이 자신을 싫어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또는 팀원이 지퍼가 열린 상태로 무안을 당하게끔 고의적으로 방관한다. 아무 피드백도 하지 않는데다 의도마저 불순하다.


현실에서 겪는 피드백의 실제 사례


흔히들 직장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업무’보다 ‘사람’ 때문일 때가 더 크다고 이야기합니다. 오죽하면 퇴사는 ‘회사’를 그만두는 게 아니라 ‘팀장’을 그만두는 것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규모가 크든 작든 조직은 결국 사람으로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회사생활에 업무 스트레스만 있다면 이상적이겠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 역시 스타트업을 창업하기 전 직장인으로서 많은 고충과 스트레스를 겪었습니다. 그 중에는 위에 언급된 피드백 사례와 유사한 긍정적인 경험도 있었고, 부정적인 경험도 있었습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 당시 근무하던 회사 임원진들과 함께 한 대기업 계열사의 경영진 미팅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어렵게 잡은 기회였기에 저희 회사의 역량을 최대한 보여주고자 자료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고 한 시간 가량 진행된 미팅은 별 탈 없이 마무리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미팅이 끝나고 임원진들이 클라이언트와 담소를 나누는 사이 탁자에 흩어진 회의 자료를 주섬주섬 모으고 있던 저에게 그날 처음 인사한 고객사 팀장님이 조용히 다가와 오늘 준비한 자료의 오류에 대해 지적해 주었습니다. 



발표 전체에 큰 영향을 줄 만한 이슈는 아니었지만 제가 한 실수였고 순간 창피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기보다 자료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저를 불러 먼저 귀띔해 준 팀장님의 배려에 감사하며 언젠가 꼭 신세를 갚아야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만일 제가 그 팀장님의 팀원이었다면 ‘지독한 솔직함’의 긍정적인 경험을 토대로 조직의 효율적인 인재가 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정반대의 사례도 있었습니다. 한번은 신용카드사의 복잡한 금융상품을 이해하고 다양한 변수를 반영해서 기업의 가치를 추정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고객에게 진척 상황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는 자리에서 회사 보스가 자료의 오류에 대한 책임을 제 개인에게 떠넘기는 발언을 한 것입니다. 부하직원을 희생양 삼아 위기를 모면하려는 뻔뻔한 행동이었습니다. 아마 킴 스콧이 위에서 예로 든 ‘불쾌한 공격’과 ‘고의적 거짓’의 콤비네이션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솔직한 피드백'의 전제는 '인간적 신뢰'


‘지독한 솔직함’은 제가 그동안 막연하게 여겼던 조직문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피드백의 구체적인 방식과 과정이 구성원들 간의 신뢰를 형성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팀원과 리더가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은 팀내에서 빈번히 발생합니다. 저 역시 팩폭과 ‘지독한 솔직함’의 차이가 무엇인지 명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피드백을 받아보면 그것이 배려인지 공격인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피드백을 주는 사람(리더)이 진정성을 갖고 자신(팀원)을 대한다는
인간적인 신뢰(감정의 영역)가 선행된다면 때로는 팩폭이
선한 의도를 가진 ‘지독한 솔직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는 선에서 지독히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모든 팀원이 팀장을 인간적으로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기본적인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신뢰란 팀원(혹은 팀장)이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회사와 조직의 이익을 대변했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이 지켜졌을 때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비용도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가까이는 저희 회사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당사 QA(Quality Assurance, 품질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A의 경우,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치밀함이 아주 탁월합니다. A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 대표인 제가 오히려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간혹 쉽게 타협하지 않는 까다로운 일 처리 방식 때문에 동료들과 갈등을 빚을 때도 있지만,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열정과 노력을 대표인 저와 회사 모든 구성원들이 전적으로 신뢰하며 덕분에 그는 실무자인 동시에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합니다.


저희 회사의 매장 전반과 팀원들을 관리하는 마케팅 담당자 B의 경우, 사무실 출근을 하지 않고 어떤 날은 연락이 없을 때도 있지만 저는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묻지 않습니다. 중요한 업무는 공유해 줄 것이라는 믿음과 저보다 현장에서 더 잘 대응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평소에도 B가 현장을 재량대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종종 제 의견과 다른 의사결정을 내려도 바로 번복하기보다 차후에 제 피드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이야기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제가 매번 직접 결정하고 수행할 업무가 아니라면
실제 책임자를 믿고 맡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앞으로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책임자가 충분히 이해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의 큰 그림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 신뢰하는 조직을 만드는 방법


구성원들 간에 신뢰를 만드는 모범답안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신뢰의 선순환은 회사 또는 상급자가 먼저 시작해야 합니다. 로 인사를 잘하는 문화를 만들려면 누군가는 먼저 인사를 시작해야 하는데, 그 주체가 바로 '대표' 또는 '상급자'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처음 스타트업 창업했던 이유 중 하나도 제가 추구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어서였는데, 실제로 회사를 창업하고 경영하다 보니 생존의 이슈가 급박한 상황에서 조직문화가 대한 고민은 사치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제가 대표로서 내리는 매일의 크고 작은 결정들과 팀원들에게 전달하는 생각들 그리고 그 생각들을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들이 어느새 회사의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팀원의 노력과 능력을 발견하고 인정해주며 주인으로 대하는 시그널을 꾸준히 보내고, 그에 부합하고 화답하는 팀원에게는 적절한 보상으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팀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지독히 솔직한’ 피드백을 줄 필요도 있습니다. 다만 이때 주의할 점은 서로의 감정을 걱정한 나머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회사의 시그널에 지속적으로 응답하지 않는 팀원이 있다면 그는 조직문화에 맞지 않는 사람이므로 다른 기회를 찾을 수 있게 돕는 것도 현명한 방법입니다. ‘신뢰’는 샴페인 잔과 같아서 자그마한 오해로도 언제든 쉽게 깨질 수 있습니다.


아무리 관계가 튼튼해 보이는 조직도
꾸준히 그 신뢰를 지키고 가꾸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노력은 리더부터 먼저 실천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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