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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그림 Dec 27. 2018

23. 마지막 춤

가면을 쓰고 춤추리



이제는

자그마한 통에 사료들이 가득 차 있고

항상 마실 수 있는 물이 있으니

더 이상 힘겹게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지.


그런데 나,

예전의 나 보다 더 행복할 걸까.





여전히

사라지고 싶은 밤이야

내일이 없는 오늘을 살아본 적 없어서

자꾸만 찾게 돼

언제나 원하는 것을 가질수록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하지.





사실 생각해 보면 말이야.

아무리 질 좋은 고급 사료를 먹어도

엄마가 물어다 준 먹이가 가장 맛있었고

전기매트 위의 푹신푹신한 베개를 준다고 해도

형제들과 함께 있을 때의 품이 가장 따뜻했어.

그리고 내가 꾸고 싶은 진짜 꿈은

깊고 깊은 어둠에서 그저 기분 좋게 깨어나는 단잠인걸.




그러니

친구가 있다 해도

배가 부르다 해도

푹신한 베개가 있다 해도

환상적인 꿈을 꾼다 해도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지.




난 여전히

세상에 불만 가득 존재로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불만 고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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