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번역에 대한 모든 궁금증
안녕하세요.
번역하는 엄마입니다.
오늘은 출판번역 시리즈 두 번째, FAQ 시간을 마련해보았습니다. 평소 갖고 계셨던 출판번역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는 시간이길 바라봅니다. 이 외에도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그럼 시작합니다!
Q1) 해당 언어 전공자만 할 수 있나요?
아닙니다. 실제로 책을 번역하시는 분들 중에는 언어를 전공하지 않은 분들도 많습니다. 전공 여부보다는 실력과 경력이 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분야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언어 실력을 갖추고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편이 더 유리하기도 합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경영서, 과학서, 심리서 등의 책을 검색해 역자를 확인하면 해당 분야의 전공자인 경우가 꽤 많습니다. 요컨대, 전공 여부나 학벌보다 개인의 번역 실력과 경력이 더 중요합니다.
Q2) 통번역대학원 등 대학원을 나와야 하나요?
이 역시 아닙니다. 학부 전공이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석사 여부도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통번역대학원 출신 번역사들은 출판 쪽보다는 일반 산업번역을 선호합니다.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단가 차이인데요, 같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번역했을 때 단가 차이는 최소 2~3배, 많게는 몇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물론 개인의 목표나 상황에 따라 묵묵히 출판번역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아직까지 통대 출신들이 출판번역으로 넘어오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Q3) 일감은 어디서, 어떻게 얻나요?
책 번역을 할 수 있는 루트는 출판사와 에이전시 크게 두 가지입니다. 출판사와 직접 거래를 할 수도 있고, 에이전시를 통해 일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에이전시는 번역할 책과 번역사를 연결해 주는 곳인데요, 처음 번역을 시작하는 경우 대부분 에이전시를 통해 합니다. 저도 그랬고요. 에이전시는 출판사가 주는 번역료에서 일정 수수료를 떼고 번역사에게 비용을 지급합니다. 에이전시는 상시로 번역사를 충원하고 있어 해당 웹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해두면 됩니다.
Q4) 이력서를 등록하면 바로 연락이 오나요?
사실 이 부분은 개인별로 달라서 뭐라고 답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제 경우에는 이력서 등록 후 한 달 이내에 연락이 왔고, 몇 번의 검토서 작업을 거쳐 3개월 안에 첫 책을 작업했습니다. 하지만 검토서 작업을 수십 번 하고도 정식 데뷔를 못하는 경우가 있어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네요. 에이전시와 일을 할 때 출판 쪽 경력이 전무하다면 검토서 작업은 거의 필수 과정이긴 한데요, 대형 에이전시의 검토서 단가는 지나치게 낮아서 하라고 말씀드리기도 애매하네요. 다만 책 번역의 기회가 왔을 때 내 실력이 부족해서 놓치는 경우는 없도록 준비하시는 게 중요합니다!
Q) 번역료는 어떻게 책정되나요?
<책정 기준>
기본적으로 번역가의 경력에 좌우되고, 에이전시와 출판사별로 산정 기준이 제각각입니다. 회사마다 연봉과 월급이 다른 것처럼요. 제 경우 줄곧 대형 에이전시에서만 일을 받다가 3년 전부터 학교 선배님이 운영하시는 소규모 에이전시와도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번역료 단가 차이가 1.5배 이상 나더라고요. 물론 후자의 단가가 훨씬 높았습니다.
<산정 방식>
산정 방식은 매절과 인세 방식이 있습니다. 매절의 경우 번역본 산출물을 기준으로 A4 1장당 얼마, 이런 식으로 산정이 되고, 인세는 번역본이 팔린 만큼 번역료를 받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다수의 번역사는 매절 기준으로 돈을 받고, 여러분이 아시는 소위 날고 기는 몇몇 대가 분들만 인세로 받으실 겁니다. 그 반열에 올라서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죠!
<지급 시기>
지급 시기도 에이전시나 출판사마다 다른데요, 익월이나 익익월 지급이 가장 보편적인 것 같습니다. 일부 에이전시나 출판사는 계약금 조로 일부 금액을 선금으로 지급하기도 합니다. 어제 설명드린 샘플 번역의 경우 샘플 번역에서 떨어져 최종 번역가로 선정되지 못하더라도 번역료는 지급하지 않는 것이 통례인 것 같습니다. 검토서나 프러포절 단가는 에이전시 별로 크게 2~3배씩 차이가 나더라고요.
<지급 미수>
일만 실컷 하고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들었는데요. 제 경우 다행히 그런 경험은 없습니다. 그래서 믿을 만한 업체와 일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신입 번역가의 경우 번역료는 좀 낮더라도 대형 에이전시나 출판사를 통해 데뷔하시는 걸 추천하고요. 간혹 SNS나 이메일로 종교 관련 서적을 의뢰해오는 경우가 있는데, 사이비나 이단이 많다고 하니 각별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현재 두 곳의 에이전시와 거래를 하고 있는데요, 한 곳은 대형 에이전시로 2015년부터 6년째 일하고 있고, 다른 한 곳은 제 대학 선배님께서 운영하는 소규모 에이전시로 3년째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도 아직 그리 많은 경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일해본 소감으로는 에이전시와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방법으로는 두 가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에이전시와의 거래는 주로 이메일이나 전화로 이뤄지기 때문에 연락이 왔을 때 바로바로 응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확인하고도 답장을 늦게 하거나 아예 하지 않으면 일할 의지가 없거나 게으른 사람으로 비치겠죠?! 같은 맥락에서 마감 일정도 반드시 지켜야 하고요. 일정이 좀 버겁다고 느껴지면 중간에 기한 연장을 요청하는 것보다 아예 처음부터 좀 넉넉하게 조율하는 편이 나은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마감을 늦추거나 어긴 적이 없답니다!
본의 아니게 제 자랑으로 이야기가 끝나버렸는데요:) 출판번역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더 의문 나는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제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