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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Jun 01. 2024

빛바랜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빛바랜 필름 속에 각인된

흑백의 기억들이 일렁이다 녹아버리면


더이상 추억할 거리도 없어진

텅 빈 카메라 롤을 응시하다 울어버려


기억조차 희미해진

이름 모를 얼굴들과

아스라진 낙엽 사이 떨어진

저 멀리의 이름들을 그려


조용히 그려본 그 얼굴들은 아직 어려


그립다가 그립다가

더이상 내가 무엇을 그리워하는지도 잊어버리면

새 필름을 꺼내 갈아끼워


나로 하여금 내가 아끼던 것들을 잊게 하는

이 시간을

나는 그저 살아가


내가 잊은 그 빛바랜 필름의 순간들은

여전히 아름다운지


나를 망각하게 하는 이 세상을

나는

그래도 여전히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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