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이 슬로 러닝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

by Minimum

지난 해 겨울, 복부 수술을 받고 나서 다시 운동을 시작하려니 체중 감량도 문제였지만 건강에 이상이 없도록 천천히 다시 운동에 적응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PT를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새 코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엄청나게 친절하고 언제나 자세하게 설명할 뿐 아니라 매의 눈으로 송곳 같은 코칭을 하는 프로페셔널한 분이었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PT는 코치와의 호흡이 무척 중요합니다. 운동에 대한 가치관, 스타일도 맞아야 하고 성격도 맞으면 더할 나위 없겠죠. 저는 운동에 대해 문외한일 뿐만 아니라 운동 신경이 둔해서 늘 자세한 설명과 이해할 시간이 필요했고 건강도 회복해야 하는 입장이라 성실하고 친절한 코치님을 원했는데, 거기에 딱 부합하는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분의 친절하고 정중한 모습 이면에는 나태함과 타협하지 않는 엄격함과 완벽주의가 있었습니다. 무엇 하나 대충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는 스타일이었죠. 제가 의지박약이라 강단이 있는 코치가 필요했지만 막상 수업을 하면 운동 강도가 센 것은 물론 개인 운동 과제가 버거웠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러닝이었습니다. 주 3회 이상 30분 러닝을 하라고 하셨는데 저는 유산소 운동의 경우 경사도 빠르게 걷기나 사이클, 일렙티컬을 주로 했었고 러닝은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체력장 이후로는 뛰어 본 경험이 전무했으니까요.

첫 수업 때 트레드밀에 러닝을 시작했는데 숨이 차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3분 이상 도저히 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코치님이 조금씩 좋아질 거라며 얼르고 달래 가며 주 3회 30분 러닝을 꼭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계속 시도를 해보았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3분 달리고 쉬기를 반복하며 20분 채우는 것도 지옥 같았습니다. 참다 참다 제가 나이 탓을 하며 관절을 보호해야 할 연배이니 일렙티컬이나 경사도 걷기로 대체하면 안 되겠냐고 애원했지만 코치님은 단호했습니다.


"회원님, 제가 60-70대 회원님도 많이 가르칩니다. 회원님은 힘도 좋고 충분히 젊고 건강하세요. 러닝은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저의 문제점을 파악해서 다시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저의 경우, 근력운동을 꾸준히 해왔기에 근육 힘은 좋은 편이지만 심폐지구력이 약한 상태였으므로 슬로 러닝이 적합했습니다. 기존 8-9km로 뛰던 것을 속도를 낮추어 6-7km로 슬로 러닝을 하기로 했습니다. 러닝은 아무렇게나 막 뛰면 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러닝의 올바른 자세는 이렇습니다.

몸 특히 상체는 5-10도 정도 살짝 앞으로 기울여 무게중심을 발 앞꿈치에 두어야 합니다. 어깨에는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지 않아야 하고 팔은 90도 구부려 자연스럽게 앞뒤로 흔듭니다. 슬로 조깅의 경우 착지는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발 앞꿈치로 하는 것이 좋으며 시선은 정면을 응시하고 호흡은 코로 깊게 들이마시고 와 입으로 짧게 내쉽니다.


슬로 조깅은 일본 후쿠오카대학교 운동생리학자 다나카 히로아키(Tanaka Hiroaki) 교수가 개발한 운동법으로, 시속 3~6km의 느린 속도로 달리는 방식입니다. 걷기와 달리기 사이의 중간 강도로 달리는 슬로 조깅은 심박수를 과도하게 높이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심박수가 과도하게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을 지속하면 에너지 회복과 지방대사가 활발해지는 저강도 회복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근육량이 적어 강도 높은 운동이 버거운 운동 초보자와 고령자에게 특히 적합합니다. 슬로 조깅은 빠르게 걷기와 비슷한 것 같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빠르게 걷기는 한 발은 늘 땅에 닿아 있는 반면 슬로 조깅은 두 발이 모두 공중에 뜨는 순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더 많은 근육을 동원해야 하고 이로 인해 칼로리 소모량도 빠르게 걷기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습니다.

즉 슬로 조깅은 걷기의 이점과 함께 산소요구량을 높여 지방 연소에 더 효과적인 환경을 만들고, 우리 몸의 대사 유연성을 향상시킵니다. 대사 유연성이란 우리 몸이 필요에 따라 에너지원인 지방과 탄수화물을 효율적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이 떨어지면 에너지 활용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그 결과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며, 당뇨·비만 등 다양한 대사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며 혈관 노화도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슬로 조깅은 저강도·고볼륨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즉 강도가 낮은 만큼 운동 시간이 길어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충분한 시간 동안 지속해야 유산소성 기초 능력 향상에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슬로 조깅은 최소 30분에서 한 시간 이상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저강도 운동은 체내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충분히 동원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실질적 효과는 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중년의 다이어트는 길고도 어려운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마치 슬로 러닝을 할 때 20분이 지나야 비로소 지방이 연소되기 시작하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효과를 얻기까지 지루하고 고독한 나 자신과의 싸움을 견뎌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해야 할 인생 역할이 많기에 운동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 한정적입니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나의 소중한 일과를 쪼개어 운동을 하는 만큼 건강에도 좋고 짧은 시간에 가장 효율적인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합니다. 이쯤 되면 지금 당신이 슬로 조깅을 시작해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치겠죠?

주 3-4회 30분 이상 슬로 러닝을 시작한 지 2달이 지나고 나니 그제야 눈에 띄게 체지방이 줄고 근육량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심폐지구력도 좋아졌는지 이제는 더 이상 쉽게 지치지도 않네요. 마지막 10분 정도는 전력질주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지나면 중강도 러닝도 가능하게 되겠지요?


이제 당신도 러너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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