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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herazade Jan 14. 2016

빠른 것만이 최선일까?- 터키횡단버스-2

출발 28시간 째,

 

버스는 거의 터키 동부 국경에 다다랐다.

 

이제는 지금이 밤인지, 낮인지

도대체 버스는 어디쯤 온 것인지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될 대로 되라, 죽기전엔 도착하겠지...

마치 은하철도 999를 타고 우주를 헤매는 철이가 된 기분이다. (철이는 메텔이라도 있었구나 -_-)

 

국경이 가까워오자, 창밖의 풍경이 시시각각 바뀌기 시작한다.어디 중앙 아프리카에 온 듯이 삭막한 붉은 모래밭이 이어지다가 다시 러시아의 침엽수림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나는 오늘 하루동안 바나나 두 개와 커피 한 잔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하루종일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으니 배가 고프지 않기도 했고,무엇보다 이 터키버스의 일관성 없는 정차 시간이 무서워서 였다.

 

가는 마을 곳곳, 들르는 정류장 마다 마다 서는 이 버스는만 하루를 지켜본 나의 결론으로는, 쉬어가는데 정말 아무런 규칙이 없었다.어떤 곳에서는 30분 이상 정차하는가 하면 또 어떤 곳에서는 5분도 안돼 급하게 출발하곤 했다.

 

문제는 그 기준이 정류장의 종류, 도시의 크기, 타고 내리는 사람들의 숫자 이런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즉 버스 출발 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 우리나라 처럼 차장이 여기서는 몇 분 쉰다는 안내멘트도 해주지 않았다. 


가장 무서운 것은 출발하기 전 사람을 세어보는 것이 아니라출발해서 저만큼 달리고 나서야 사람들이 다 탔는지 세어본다는 것이다.실제로 나는 어느 밤버스에서 차장이 급하게 두 사람이 안탔다며 거기 정류소로 전화를 걸어 그들을 다른 버스에 태우고 오게 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터키말도 모르고, 일행도 없으며, 모든 재산과 짐이 차 안 캐리어에 들어있는 나는 이 버스와 헤어지면 끝장이기 때문에 나는 급한 화장실이 아니면 , 웬만하면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하루가 가도록 내가 별다른 것도 먹지도 않고 휴게소에도 내리지 않자 같이 버스안에 타고 있던 터키 사람들이 나를 의아하게 여기기 시작했다.그리고 마침내 어느 휴게소에서 차안에 있는 나를 가리키며 손짓을 하고 자기네끼리 쑥덕거린다.( 아마, 아니 저 여자는 왜 먹지도 않고 저러고 있대... 저러다 송장 치르는거 아냐.... 이정도 얘기인듯)

 

차가 출발하자, 어떤 할아버지가 뭔가를 싸들고 와서 나에게 내민다.펴보니 밀가루를 그냥 기름에 부쳐 구워낸 터키식 부침개 같은 것이다.  ( 자기들끼리 추론해본 결과, 불쌍한 동양여자가 돈이 없어 굶는 걸로 결론이 났다부다 -_-)

 

자기네들의 온정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했던 터키 사람들은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다. 배도 고프지 않았고 별로 당기지도 않았지만 저 눈길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무미건조한 맛의 그 부침개를  입에 넣고 웃어보이자그제서야 사람들이 뭐라뭐라 나에게 말을 한다.( 그래, 먹어야 살지.... 이정도 인듯 -_- )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다 표정과 손짓으로 모든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은 정말 불가사의.

 

다시 버스는 달린다. 

 나 뿐 아니라 차안의 모든 사람들이 지쳐간다. 하긴, 터키 사람들이라고 산삼을 뽑아먹은 것도 아닐텐데

이런 여정에 지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지쳐 잠든 차장 아저씨..

앞의 차장 자리를 지키며 운전사 아저씨가 졸지 않게 이야기 동무가 되어주는 다름아닌 손님 중 한 사람.

 






국경 근처의 길은 거의 비포장 도로와 유사한 이차선 도로. 








만 하루를 넘기고  그리고 반나절을 더 달려서야 버스는 거의 국경지대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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