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겨울, 당시에 생각나는 대로 그리다.
나는 보는 것을 그리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것을 그린다.
피카소가 한 말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늘 '따라 그리기' 위주로만 그림을 그렸던 것 같다. 그래서 그날은 나도 생각한 걸 한번 그렸다. 밝게 웃는 꽃을 그린다고 그렸는데, 해바라기 비스므레하게 그려졌다.
2017년 11월 중순이면
제왕 절개 수술하기 2주일 전이고, 실은 빨리 아이를 낳아야 임신중독증을 끝내고 아이도 나도 함께 덜 위험해질 수 있는 위험한 시기였는데... 어떻게 해바라기를 떠올렸을까?
몸이 온전치 않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서 희망이 보이던 때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그릴 때 어떤 상태였는지 짧게라도 메모를 해놓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지금도 그렇지만, 허심탄회하게 내 상태나 내 마음을 온전히 드러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남겨진 글이나 그림, 사진 등을 보며 어느 시절을 떠올린다. 그래도 흔적만 봐도 좋다. 이래서 다시 써볼 생각을 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맺힌 일도 조금씩 풀리고, 어느 시절을 지나며. 하루하루 살아감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