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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현 Feb 18. 2021

당신의 택배는 안전한가요?

그들이 사는  세상

택배 어디 갔지..?  

사진에는 여기 놓여있던데.... 

아놔, 무슨 일이야..;;

당신의 택배는 무사한가요?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미국 역시 마트나 약국을 제외하고선 전부 문을 닫았다. 대부분 회사는 재택근무를 선택했고, 아이들은 온라인으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났다. 아이들과 아빠들은 삼식이가 되었고 엄마들은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부엌에서 나올 수 없었다. (애 있는 친구들이 그랬다. 코로나 피하려다가 정신병이 먼저 오겠다고...ㅜㅜ)


코로나는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확진자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했다. 덕분에 코에 바람 쐬러 마트 가는 것도 무서워졌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였을까.. 사람들은 아마존으로 몰려들었다. (아마존 주식은 폭등했다.) 또한 큰 체인 마트들은 당일 배송을 시작했고, 배송을 꺼리는 사람들을 위해 물건을 주차장으로 가져다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트렁크만 열고 기다리면 된다.) 세계를 이끌어가는 미국이었지만 서비스만큼은 보수적이었던 이 곳이 코로나로 인해 서비스의 나라가 된 것이다.  덕분에 가정용품부터 장보기까지 얼마나 많은 택배를 주문했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이런 한국스러운 서비스(?)가 너무 좋았다. 아침에 장 보면 오후에 가져다주고, 쿠팡처럼 하루 이틀이면 집 앞에 놓여있는 박스들:) 내가 돈 주고 주문한 것들이지만 택배를 보고 있자니 꼭 선물을 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답답하고 지쳐있는 마음에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요즘 그렇게 택배들이 없어진대. 특히 울타리가 없는 집들은 많이 없어지나 봐."

내가 물었다. 

"무슨 말이야? 택배가 없어지다니. 집 대문 앞에 놔둔 택배가 어떻게 없어져?"

남편이 말했다.

"울타리 없으니까 그냥 가져가는 거지. 요즘 코로나라 힘들잖아."


헐.. 대박.. 그랬다. 

그들은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도 모른 채 그냥 들고 갔다. 

내 머리로는 전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거 가져가서 뭐해? 나한테 필요 없는 물건일 수도 있잖아."

남편이 말했다.

 "그거 이베이나 크레그리스트 (중고사이트)에 팔면 돈 생기잖아."


아... 그렇구나.. 

나는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는데..

그들은 그걸 쓰려고 가져간 게 아니라 팔려고 가져간 거였다. 


그들은 더 나아가 아마존 차를 뒤 따라다니면서 박스를 놔두면 바로 가져갔고, CCTV가 있는 집이더라도 별 상관 안 했다. 혹여 주인에게 발각되었을 때는 

"여기 누구 누구네 집 아니에요? 친구가 자기 대신 택배 픽업해달라고 부탁해서요. 이 집이 아니구나. 착각했네요. 죄송해요" 

이렇게 말하면서 도망쳤다. 잘 사는 동네는 택배뿐 아니라 자동차까지 도난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한국에 있을 당시 택배가 없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중간에 실수로 배달이 안 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배달된 택배를  마구 가져가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행동이 나에게는 굉장히 낯설었고 거북했다.


온라인 쇼핑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도난 사건을 들을 때마다 큰 고민이 되었다.

 그렇다고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는 이 상황에서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하지 말아야 하나? 나도 안전하게 사람들처럼 락커를 이용해야 하나..'

 나는 물건이 도착하는 날과 시간을 자주 체크했고, 택배가 문 앞에 놓이면 5분 안에 픽업했다. 

사람들은 커뮤니티를 이용해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울타리가 없는 집들은 사비를 들여 울타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또한 집 대신 락커를 이용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이렇게까지 해서 꼭 온라인 쇼핑을 해야 하냐고...

물론 도난 사건 이후 온라인 쇼핑을 줄이기는 했지만, 완전히 끊어내기에는 불가능했다.

영국발 그리고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까지 기승을 부리는 이 상황에서 밖에 나가는 건 여전히 두렵고 무섭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는 마스크 두 개 그리고 장갑까지 장착하고 나간다.)

어서 빨리 코로나가 사라져서 그리고  경제 상황도 괜찮아져서 믿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각박해지는 현실이 더 각박해졌다. 생계형 범죄가 엄청 늘어났고 렌트비를 못 내서 거리로 내몰린 가족들이 꽤 많아졌다. 못된 집주인들은 경제적으로 힘든 세입자의 상황을 이용해 선을 넘는 요구를 해 오는 경우도 파다했다. 자유롭지 못한 생활환경에  자신의 감정과 화를 컨트롤하지 못해 일어나는 묻지 마 범죄도 증가했다. 특히, 동양인인 경우, 표적의 대상이 되고 있어서 나 역시도  항상 조심하고 더 조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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