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집도 구했겠다, 주니어 학교를 등록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급하게 집을 구할 생각은 없었는데 에어비앤비 같은 임시 숙소의 주소로는 학교에 등록할 수 없다고 해서 마음이 조급했던 것도 있었다. 실제로 등록 신청 시 주소 증빙을 위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캐나다는 거주지에 따라 학교를 배정받는다'라고는 하지만, 내가 학교 신청할 때는 원하는 학교를 먼저 목록에서 골라야 했었다(심지어 학교 선택 후 수정도 불가능하다). 신청했는데 관할 거주지가 아니라면 거절을 당하는 건가?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집을 계약하기 전에 집 주변에 학교가 있는지 정도만 체크를 했고, 가톨릭 학교 포함 초등학교만 3개가 있기에 셋 중 하나는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집 계약을 했던 것이다. TO를 확인할 생각도 안 했다. 하하. 뒤늦게 확인한 것은 우리나라 교육청에 명시된 "외국 소재 학력 인정학교"에 들어가느냐는 것 정도다.
특이하게 캐나다는 학교에 직접 등록을 하는 게 아니라 지역 교육청에 원하는 학교와 학생 정보를 등록하면 학교로 연락이 가는 방식이다. 그리고 지역마다 일반 교육청과 가톨릭 교육청이 별개로 존재한다. 내가 살게 될 캘거리로 예를 들면 캘거리 교육청과 캘거리 가톨릭 교육청이 각각 있다.
나는 천주교이기 때문에 별 고민 없이 가톨릭 교육청을 선택했다. 관계자에게 듣기로는 일반 공립학교는 학생의 절반이 무슬림 국가 출신인데 반해 가톨릭 학교는 종교적 이유로 적어도 무슬림은 없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물론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을 것이다.
유학원에서 다 해줄 거라 굳게 믿었던 일을 갑자기 혼자 하려니 조금 막막하기는 했다. 일단 가톨릭 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신청서를 써 보려고 했다. 잘 모르니까 대충 국제학생(International Stuedent) 항목으로 들어가서 신청서 작성 버튼을 눌렀다. 근데 이게 웬걸? 등록 기간이 아닙니다?
뭐 어떻게 더 진행을 해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새 유학원을 찾을 목적으로 마침 또 코엑스에서 열린 유학 박람회를 찾아갔다. 이번엔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에 쓸만한 정보를 꽤 얻을 수 있었지만, 학교 등록을 대행해 줄 새 유학원을 찾기는 힘들었다. 이미 집도 찾았고 워홀 비자도 있으니 대학 등록도 필요 없는 나는 유학원에 돈이 되는 고객이 아니었기 때문일 듯싶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찾아간 유학원에다가 내가 혼자 해보려고 했는데 등록 기간이 아니라고 나온다고 했더니, 그건 유상 교육을 받는 국제 학생 신청이고, 그냥 일반 학생은 항상 열려있으니 그냥 신청하면 된다고 했다.
'오? 이거구나!'
집에 돌아온 나는 부랴부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열심히 교육청 홈페이지를 뒤졌다.
'찾았다!'
먼저 학교를 선택하고 간단한 학생 정보를 입력했더니 이어서 신청할 수 있는 버튼이 나왔다. 몇 가지 질문 및 동의서에 체크를 하고 나니, 이어서 작성해야 하는 신청서에 첨부해야 할 서류 목록을 먼저 알려줬다.
* 교육청마다 신청 방식 및 요구하는 서류는 다를 수 있다
필요한 서류(미리 스캔해서 준비하세요):
* 학생 출생증명서(필수)
* 학생 및 학부모 이민 서류(필수)
* 운전면허증 또는 공공 서비스 요금 청구서와 같은 주소 증빙(필수)
* 학생 또는 학부모/법적 보호자 가톨릭 세례 증명서(선택)
*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법원 명령(필수)
* 대학/대학교의 수락서 및 수업료 납부 영수증을 포함한 학부모 학업 허가 소지자.
우리나라는 출생증명서라는 건 없어서 기본증명서(상세)를 발급받아서 영문으로 번역해서 제출했다. 번역도 직접 했고, 공증도 따로 받지 않았는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이민서류는 나의 워크 퍼밋과 주니어의 방문 비자를 제출해야 하는데, 공항에서 입국 심사 시 여권에 붙여주는 A4용지 사이즈의 서류가 그것이다. 나중에 그걸 찍어서 첨부하면 된다. 결국 캐나다 입국까지 학교 신청은 할 수 없었다.
주소 증빙을 위해 월세 계약서를 첨부했고, 가톨릭 세례 증명서는 한국에서 다니던 본당에 요청하니 영문으로도 발급해해 주셔서 역시 문제없이 첨부할 수 있었다.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법원 명령은 딱히 없었기에 없다고 체크하면 첨부해야 할 서류는 없다.
마지막 항목은 부모가 대학 과정을 등록했을 때의 서류를 첨부하는 것인데, 나는 워크 퍼밋이 있기 때문에 따로 첨부하지 않아도 됐다.
정리하자면, 내가 캘거리 가톨릭 교육청에 학생 등록을 하기 위해 제출한 서류로는:
* 기본증명서(상세) 영문 번역본
* 워크퍼밋(Work Permit) & 방문 비자 (Visitor Record) => 캐나다 입국 시 발행
* 월세 계약서 (혹은 캐나다 운전면허증 등의 주소가 나와있는 서류)
* 가톨릭 세례증명서
이 정도다.
* 교육청마다 신청 방식 및 요구하는 서류는 다를 수 있다
다음에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하세요.
* 학부모/법적 보호자 연락처 정보(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 비상 연락처 정보(이름, 전화번호)
* 이전 학교 기록(학교 이름, 도시, 국가)
학교 관련 서류(재학 증명서, 성적 증명서 등)도 나름대로 준비했는데 하나도 요구하지 않았고, 학교 이름과 소재지 정도만 적는 칸이 있어서 그렇게 제출했다.
인터넷에서 후기를 찾아보니 빠르면 3일 만에도 연락이 오고, 길면 한 달이 넘도록 연락이 안 왔었다고 해서 나도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웬걸, 이틀 만에 연락이 왔다. 당장 내일부터 등교하라고, 8시까지 학교로 오면 된다고 했다. 주니어는 생각보다 빠른 등교에 적잖이 당황한 듯싶었지만, 지금은 또 금방 잘 적응해서 즐겁게 다니는 중이다.
여기까지 든 비용은 놀랍게도 하나도 없다.
덧붙여 이건 좀 더 시간이 흐르고 알게 됐는데, 캐나다 입국 전 한국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다 말았을 때, 스팸 메일함에 해당 학교로부터 계속 등록을 할 건지,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하라는 메일도 와 있었다.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생각보다 직접 등록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이제 캐나다에서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쭉 정리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