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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암투병 후 내 삶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by 청빛

누구에게나 용기와 따스한 격려가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암’이라는 질병은 삶을 벼랑 끝으로 이끄는 듯 느껴지게 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끝자락에서, 우리 안에 자리하고 있던 모든 두려움과 상처를 마주하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암은 조용한 손짓으로 저를 삶의 가장자리까지 이끌었고, 그곳에서 제 안에 오래도록 잠들어 있던 질문 하나를 건네 왔습니다.


“지금, 당신은 진실로 살아가고 있나요?”


그 질문 앞에서 저는 조용히 멈춰 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부터, 그저 ‘살아지는 삶’이 아닌 ‘존재로서 온전히 살아가는 삶’이 무엇인지를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그 여정은 제 안에 깊이 잠재되어 있던 진정한 힘을 다시 회복해가는 소중한 여정입니다.


이 이야기는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 아닙니다. 고통과 상실 속에서도 사랑을 선택하고, 나의 존재를 다시 따스하게 품어 안는 나날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투병의 시간은 때로 저에게 홀로 선 듯한 낯선 느낌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 어떤 것에도 기대지 못한 채, 오롯이 스스로를 붙들어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저는 ‘고립감’이라는 감정의 무게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힘겨운 순간조차, 제 안의 생명은 묵묵히, 그리고 쉼 없이 저를 따뜻하게 품어주고 있었습니다.

진실한 사랑은 항상 내 안에 고요히 숨 쉬고 있었다. 그걸 깨닫는 순간 삶은 다시 시작된다.


몸은 단 한 순간도 나를 떠난 적이 없었다는 진실은 항암 치료를 통해 제가 배운 가장 큰 깨달음이었습니다. 수조 개의 세포들이 말없이 저를 살리고 있었고, 저의 심장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저를 이 자리에 존재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숨은 마치 부드러운 바람처럼 조용히, 그러나 강한 의지로 저의 소중한 존재를 지탱해 주었습니다. 그 침묵의 시간 속에서 저는 실로 놀라운 사랑을 경험하였습니다.

그 모든 생명들이 말없이 저에게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사랑은 이미, 이곳에 있어.”

이 모든 생명의 응원이 이미 제 안에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은 저 멀리 바깥에서 애써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제 안에서 고요히, 단단하게 함께 숨 쉬고 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항암 치료는 단순히 몸의 고통을 견뎌내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몸의 가장 진실하고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몸은 아프고 병든 것이 아니라, 온 마음을 다해 이 순간을 살아내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 소중한 깨달음 이후로, 저는 삶을 그저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살아 있음을 온전한 진동으로 느끼며 존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암은 저의 몸을 약하게 만들었을지라도, 저의 영혼은 오히려 더 깊고 넓게 깨어났습니다. 그 고통은 저를 무너뜨리기 위해 찾아온 것이 아니라, 제 안에 본래부터 자리했던 빛을 다시 기억하게 하기 위한 축복의 통로였던 것입니다. 그 과정은새로운 관점으로 스스로를 재탄생시키는 소중한 기회의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존재로서 온전히 살아가는 삶’이 무엇인지, 저는 지금도 조용히 그리고 깊이 있게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 여정 속에서 마주한 고통과 침묵, 작은 미소와 따스한 눈물의 순간들은 이제 모두 저에게 소중한 삶의 결이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저를 다시 태어나게 한 아름다운 진동 위에서 걷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저로 이 삶을 다시 한번 살아내고자 합니다.

제가 바로 사랑이었음을 기억하면서 말입니다.

그것이 제가 암이라는 여정을 통해 찾아낸 삶이며, 앞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삶입니다.


저는 제 삶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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