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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her K Nov 17. 2019

진짜? 내가 집을 산다고?

돈 자랑하다가 아파트 사게 된 사연

아무 생각 없이 적금부터 시작하다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돈을 모으던 시간이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손쉽게 은행으로 찾아가 적금부터 시작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고, 2000년대 초반에는 당연히 적금부터 시작하는 것이며, 다른 투자상품도 많지 않았던 때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어느 정도 적금이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한참 유행이던 펀드도 투자했다. 펀드가 처음 국내에 소개되고 전체적으로 열풍이던 그때, 사회 초년생인 나는 적금보단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우선은 계좌를 트고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대신 6개월 정도 소액 투자를 해 본 후에 괜찮다 싶으면 투자금액을 늘리는 방식을 썼다. 


지인의 추천으로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다

그렇게 한두 개씩 10만 원 정도의 투자를 계속 늘리다 보니 어느 날 궁금해졌다. 

‘그래도 내가 5년 정도 꾸준히 저축했는데, 과연 얼마나 모았을까?’ 

한 번도 총액을 내 본 적이 없기에 엑셀에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적금, 펀드, 청약저축 기타 등등… 

그렇게 정리하다가 놀라운 금액이 모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5천만 원! 직장 5년 차. 매월 100만 원 정도씩을 꾸준히 모아 왔다고 할 수 있겠다. 

돈 자랑에 입이 근질근질했던 차에, 주변의 지인 분께 이 정도 돈을 모았다고 알려드렸다. 목적은 그저 “우와~ 대단한데?” 정도의 칭찬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 지인 분은 (물론 꾸준함에 칭찬도 해주셨지만) 

“5천만 원이면 집을 사”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네? 집이요? 에이~ 5천만 원 가지고 어떻게 집을 사요?”


자고로 집이란 것이 5천만 원 가지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몇 억은 기본이고, 평생 열심히 일을 해도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렵다고 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나는 그 유명한 IMF 시기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다녔던 세대이다. 경제가 무너지고, 하루아침에 실직자들이 늘어나고, 모두가 죽겠다고 하던 시기에 대학을 다녔고 취업을 준비하던 세대이다. 그런 나에게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금기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집을 사라니… 귀를 의심했다. 

지인의 논리는 이런 거였다. “서울 말고 경기도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라!”는 것. 

2가지 의심이 들었다. 첫 번째로, 경기도에 집을 사는 것은 생각도 못해봤다. 늘 서울에 살았고, 비만 오면 물이 새는 반 지하에서 20년을 살았어도 서울을 벗어나는 것은 생각도 못해봤다. 두 번째로 ‘전세를 끼다’의 개념이 없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면 나는 그 집에 들어가서 살 수 없다는 것을 뜻했다. 바로 들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미리 사두는 개념. 29살의 나이에는 바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진짜? 내가 집을 산다고?

경기도는 서울 다음으로 큰 위성도시이다. 정말 커서 경기도도 어디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경기도 중에서도 지하철로 1시간 거리 또는 버스로 30분 정도면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는 지역에 집중했다. 실제로 그런 지역은 서울과 생활권이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경기도’라는 단어 때문인지, 집값은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귀가 솔깃해졌다.

다음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을 살펴보자. 전세 제도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제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위키디피아의 검색 결과, “한국전쟁 이후 부족이라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하에 발전된 제도로서…”라고 표현되어 있다.) 월세 대신 보통 매매가의 50~70%의 금액을 내고 특정 기간 동안 거주하는 형태를 말했다. 전세 제도를 활용하면 집값의 절반 정도를 대신할 수 있으니 당장은 아파트 값을 모두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가계부채의 원흉이기도 하다.)  

지인은 친절하게도 지역까지 찍어주셨다. 지인 분의 어머님께서 사시는 곳으로 앞으로 발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해 주셨다. 이제는 나의 결정에 달린 것. 나는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아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면서, 무작정 공인중개사 한 분을 소개받아 집을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황소 뒷걸음치다가 일내 듯 지인의 추천에 따라 나는 떨리는 첫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사실 그랬다. 투자를 하고서도 계약금, 중도금과 잔금을 준비하면서도 이게 잘하는 짓인지 의심이 가득했고, 여러 번 계약을 파기할까도 고민했었다. 하지만 금액이 워낙 컸고, 되돌릴 수 없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 깨달았다. 그때의 선택이 미래 투자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종종 주변에 나의 경험담을 들려줄 때가 있다. 그 경험담을 들은 사람들은 지역을 집어주거나 물건을 소개해 주기를 바란다. 실제로 몇몇에게 직접 소개를 해 준 적도 있었는데 오히려 소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거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적도 있어서 그 이후로는 정말로 그 누구에게도 추천해 주지 않는다. 

그렇다. 본인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지역, 물건이라도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큰 금액이 오가므로 반신반의하게 되고, 그렇게 시간을 지내다 평생 투자다운 투자를 못해볼 수도 있다. 

무조건 뛰어들라는 소리가 아니다. 끈질기게 고민하고, 생각하고, 판단을 내렸다면, 행동으로 옮겨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뭔가를 해봐야 성공을 하던 실패를 하던 할 것이고, 그래야 얻는 것이 있다. 뭐든지 해봐야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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